에피톤 프로젝트
어릴 때 기억이다.
몸살을 앓던 나는
한낮부터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다.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 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깜깜한 저녁의 빈집.
몸은 한결 나아졌지만,
마음이 무척 외로웠던 기억이 난다.
사회에 나오면서
눈앞에 닥쳐오는 시련과 고통들.
정신없이 싸우고 버텨 왔다.
인정받고,
기회를 얻고,
내 영역을 갖게 되었다.
그러고 주변을 보니
예전의 얼굴들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미안함으로 가득 차오른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에
슬픔의 추를 계속 달아 둘 수는 없다.
오래된 먼지를 털듯 마음을 비우고,
오늘의 미소를 담아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고 있죠?’
이 한 마디가 그들의 하루를 어루만져 주기를...
고된 피로가 조금은 사라질 것이라
바라고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