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헌진×김간지
풍선을 불 때,
처음의 어느 지점까지는
불기에 힘이 든다.
그 임계점을 지나고 나면,
부는 대로 쑥쑥
풍선이 부풀어 오른다.
그렇게 서른을 지나면서
내 배도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공 같은 몸매가 되었다.
"이제 운동 좀 하지. 어쩌려고 그래?"
급기야 터져 나오는 아내의 잔소리.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내가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어."
그렇게 대답하면서
여유 있게 운동하는 삶을
잠깐 상상해 본다.
그런 삶은 훨씬 후에
애들 다 키워 놓고나 가능하겠지...
결국 내가 몸을 혹사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나중에 여유있게 운동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인가?
몸 챙기고 살기 위해
몸을 혹사하는 삶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 핑계다.
오히려
가진 건 몸뚱이 하나뿐이니
갈고 닦고 조여서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싸워 이겨야 하지 않을까?
이제 몸 생각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