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우 Aug 25. 2015

파이란

당신의 곁에는 ‘파이란’이 있나요?

언젠가 선배가 말했습니다.

선배의 친구가 7년째 한 남자를 만나고 있는데 그 남자, 보편적인 시각으로 볼 때 참  볼품없었답니다.

하지만 선배의 친구는 그 남자를 이 세상 누구보다 잘난 이로 대해 주었다더군요.

그 남자 거기서 용기를 얻었는지, 소극적이었던 삶에서 벗어나 후에는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남자의 집안에서 학벌이 기우는 선배의 친구를 받아들이질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선배의 친구가 많이 힘들어한다는 그런 얘기였습니다.

마지막 결말은 입맛이 씁쓸했지만, 이야기의 전반부까지를 들으면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삶의 모습이 바뀔 만큼의 큰 행복이구나…….”


영화 ‘파이란’의 이강재는 그야말로 건달에도 못 미치는 삼류 인생입니다.

그가 목에 두르고 다니는 빨간 스카프처럼 촌스럽고 한심한 존재이지요.

빨간 스카프를 보고 처음엔 피식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곧 ‘나도 저 빨간 스카프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외되고 상처받은 초라한 인생의 모습이 눈앞을 스쳐갔습니다.


파이란은 그런 강재의 빨간 스카프를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강재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다고 하며, 결혼해 주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이쯤에서 저도 강재와 파이란에게 감사하며 눈물이 흐르더군요.

강재가 바닷가에서 담배를 물다 터뜨린 울음의 의미는 순식간에 큰 파도가 되어 저를 덮쳤습니다.


모두가 하찮게 여기는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대해 준 파이란.

그녀를 알고부터 강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변했습니다.

삶의 의지를 키우게 된 거죠.

서로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감사하고 더욱 견고한 삶을 다질 수 있는 관계.

파이란은 그런 사랑을 주었습니다.


지금 당신의 곁에는,

‘파이란’이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베테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