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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Sep 02. 2015

아이 엠 샘

위대한 그 이름, 아버지

유별나게 투박하고 힘이 센 손을 가진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 손으로 아버지는 못 해내는 일이 없었죠. 맨손으로 과일 나무를 전지하고, 고집 센 당나귀에게도 안장을 씌우고 말 정도로 아버지의 능력은 크고 위대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너무도 조그만 약병을 열지 못해 돌아가시고 말았답니다. 심장병을 앓으시던 아버지는 위기의 순간에 약을 먹지 못해 돌아가시고 만 거죠. 아들이 발견한 약병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어린이가 열 수 없게 되어 있는 안전 뚜껑. 눌러서 돌리셔야 열립니다.’
글을 읽지 못한 아버지에게 그 문구는 무용지물이었나 봅니다. 뭐든지 척척 해내는 커다란 아버지에게 말입니다.

이야기 속의 아버지를 떠올리다 보니, 그 자리에 나의 아버지 모습이 보이더군요. 우리들의 아버지. 자식보다 배운 건 없어도 자식들 훌륭히 키워 내는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소위 우리가 말하는 지식이라는 것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오셨다고 해서 어느 누가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그분들에게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뜨거운 사랑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아이 엠 샘'에 등장하는 아버지 샘(숀 펜 분)은 일곱살박이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의 어눌한 말투와 아이 같은 행동은 세상 사람들의 일반적 안목으로 볼 때, 아이의 부모로서 부적합한 것이었죠.

집 없는 여인과의 동침에서 얻은 딸 루시(다코타 패닝 분. Beatles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온 이름). 그녀가 자라면서 부녀 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루시가 샘보다 많은 단어를 알게 되면서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한 아동 복지 단체에서 루시를 다른 부모에게 보내려고 하는 거죠. 샘은 루시의 생일날, 그녀를 떠나 보내게 됩니다. 단지 정상인 부모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이제부터 아이를 찾기 위한 샘의 눈물 겨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잘 나가는 변호사 리타 해리슨(미셸 파이퍼 분)의 도움도 있었죠. 그녀의 등장으로 아버지로서 샘이 가지고 있는 최대 덕목이 부각됩니다. 자식이 필요로 할 때, 늘 그 곁에 있어 주는 사랑 말입니다. 리타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지적 수준도 상당한 부모였지만, 아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죠. 자기 딴에는 무척 애를 쓰지만, 일에 치여 밤늦게나 돌아와서 아이와 얼굴을 마주하는 엄마이기에 아들 대하기에는 서투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쯤에서 쟈크 반 도마엘 감독의 '제8요일'이 스쳐가더군요. 정신 박약아 조지와 해리의 우정. 그리고 조지의 순수와 사랑에 감화된 해리의 변화. 샘과 리타도 이런 관계 속에서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 제시 닐슨은 알고 보니 '스토리 오브 어스'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입니다. 이혼 직전의 부부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영화였죠. 그녀는 그 사랑의 힘으로 이제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습니다. 사회적 명성, 은행의 잔고, 명석한 두뇌보다도 더 앞서는 부모의 자격은 자식과 늘 함께하는 사랑, 그 뜨거움이라는 것을 말이죠.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또 하나의 코드는 바로 'Beatles'입니다. 샘은 딸의 이름을 짓는 데서부터 법정 진술에서까지 비틀스를 인용하곤 하죠. 영화를 보다 보니 그야 말로 비틀스의 음악은 인생을 노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홀랜드 오퍼스'에서도 비틀스의 음악은 부자 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체가 되고 있죠.). 이래 저래 마음이 참 따뜻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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