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신해철,
오랜만에 그의 소식을 들었다.
그가 의료 과실로 사망했다는 진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부디 이제는 마음 편히 쉬시길...
이제 그대의 작은 나무
우리에게 큰 그늘을 드리고 있죠
자신이 노래한 노랫말처럼
그는 나에게
큰 그늘이 되어 준 사람이다.
입시 준비가 일상의 전부였던 시절에
'나에게 쓰는 편지'는
나를 들여다보게 했다.
가장 화려했던 시절에
그는 인생을 얘기하고
청춘의 고민에 귀 기울였다.
그렇게 그가
너른 품의 나무로 자라 갈 때,
나는 그의 그늘에서
세상의 매운 열기를 피하며
황량한 청춘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도 세상은
청춘일 때와 같이 어렵고 힘들다.
그의 죽음과 함께
그늘이 사라졌으니
이제 나는
어느 곳에 몸을 누일까?
죽음은 늙음이나 아픔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육체가 반드시 겪게 되는 한 현상이다. 한 현상이라기보다는, 실존의 범주이다. 죽음은 그가 앗아간 사람의 육체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서 그의 육체를 제거하여, 그것을 다시는 못 보게 하는 행위이다. 그의 육체는 그의 육체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환영처럼,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실제로 없다는 점에서, 그의 육체는 부재이지만, 머릿속에 살아있다는 의미에서, 그의 육체는 현존이다. (중략) 그의 시들을 접근이 쉬운 곳에 모아 놓고, 그래서 그것을 읽고 그를 기억하게 한다면, 그의 육체는 사라졌어도, 그는 죽지 않을 수 있다. 그의 시가 충격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는 빨리 되살아나, 그의 육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그의 육체를 상상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김현, '영원히 닫힌 빈방의 체험' 중에서
그래서 나는 오늘,
그의 노래를 전하고
그를 이야기한다.
그는 다시 살아나
나무가 되고, 그늘이 된다.
그리고
우리의 청춘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