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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를 거두었습니다.

English 12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2020년 2월 초,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시작한 고등학교 영어 수업을 드디어 마쳤습니다.

3월 중순 봄방학이 끝나면서 코로나 여파로 다시 교실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Zoom meeting을 통해 매주 1회~2회 선생님과 같은 반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며 지속해 온 공부가 드디어 5월 말에 유종의 미를 거두었습니다.


지난주 선생님께 최종 성적을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제가 살아온 시간 중 영어로 된 문학 작품을 이렇게 단기간에 많이 읽을 수 있었던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던 English 12라는 과정은 다시는 듣고 싶지 않지만, 정말 많은 것들을 얻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문법을 정리하는 첫 수업을 시작으로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짧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문학 작품답게 그 속에 있는 숨은 뜻을 파악하며 작가의 의도를 토론하는 수업을 약 4개월 동안 배웠습니다.


그리고 5월 초부터 시작한 마지막 작품! 이번엔 짧은 이야기가 아닌 책 한 권을 다 읽고 토론을 해야 하는 마지막! 책이 다행히 9 챕터로 나뉘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던지. 매주마다 챕터 3개씩을 끊어 읽으며 선생님과 함께 시대적 배경과 의미를 파악했답니다.


"The Great Gatsby" - "위대한 개츠비"를 영어로 읽으며 사용된 '상징'을 찾고 작가의 '주제'를 파악하며 이야기 속 사람들을 '분석'하는 수업을 약 3주간 지속했습니다. 그리고 5월 말, Final Essay를 제출했습니다.

한 권의 책에서 얼마나 다양한 의견들이 만들어지는지 이번 과제를 통해서 정말 많이 깨달았습니다. 문학이라는 특성상 정답을 낼 수 없는 각자의 에세이는 각각의 사람들이 토론하고자 하는 주제에 따라 수십 가지, 수천 가지의 방향으로 재해석되며 선생님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장했습니다. 


4개월간 함께 한 선생님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제출한 에세이를 읽으며 에세이 속의 문법적 오류와 내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일일이 다 적어 놓으시던 선생님. 코로나 여파로 컴퓨터를 통해 수업을 할 수밖에 없을 때에도, 선생님의 정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매 과제마다 체크해서 다시 볼 수 있도록 해주신 세심한 배려는 모두에게 커다란 힘이자 새로운 깨달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에세이를 써야 할 때마다 몇 번씩이나 개인적으로 화상채팅을 하며, Feedback을 제공해주셨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생각은 다양한데 영어로 표현을 해서 주장하기까지 너무 고된 고민이 많았답니다. 표현력부터 문법이 완전 할 수 없기에 한 문장 한 문장 정말 고민을 많이 하며 적어 내려 갔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모습을 잡아가는 제 글을 읽어보시고 의견을 주시고 표현력을 좀 더 매끄럽게 만들어 주시던 선생님의 배려에 모든 과제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하였습니다.


"엄마의 머리가 터질 거 같다"며 궁시렁 되는 제 모습을 보며 응원해 주는 아이들이 있었고, 모든 일들을 뒤로하고 과제에 매달려 끙끙대는 저를 위해 아이들을 챙겨주던 신랑이 있었기에 4개월의 짧은 듯 긴 시간을 잘 견뎌냈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 저를 '좋은 엄마'로 마음에 품어주는 큰 딸은 제가 쓴 글을 함께 읽으며 표현력을 함께 다듬어 주었고, 제 글을 다 읽은 뒤, '엄마 잘 썼어요'라는 기분 좋은 한 마디를 꼭 남겨주었답니다.


최종 점수는 78%입니다. B를 받았네요.

누구나 다 아는 A가 좋은 점수이지만, 이 만큼 해 낸 제가 그저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 모여 제2의 언어로 글을 쓰고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하며 공감해주신 선생님이 제법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엉망인 것에 이런 점수를 주셨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만큼 노력했거든요. 하나의 스토리를 이해하기까지 4~5번을 반복하며 읽고 사전을 찾고 상황에 맞는 단어의 뜻을 찾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제 시간과 노고를 알아봐 주신 거라 여깁니다.


4개월! 첫 시작의 두근거림이 수업을 통해 '경악과 공포'로 다가오기도 했고, 어느 순간 '할 수 있을까'라는 '자괴감과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견뎌내고 해냈습니다.


저 English 12 수업 패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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