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움트는 봄이 비를 만났다.

매번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

출근을 하기 위해 문을 여니 생각보다 많이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이 끝나고 나온 순간에도 촉촉한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 없었던, 오늘은 비가 세상을 적신 날이었습니다.


8시간의 일을 끝낸 뒤, 운동을 하기 위해 나간 거리는 어느새 말라가고 있었지만, 비가 내린 날, 특유의 그 진득한 비에 젖은 풀냄새가 진동을 하는 길을 따라 걸으며 비의 자취를 여전히 느꼈습니다.


저녁을 차려먹고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또 길을 나섭니다. 피곤이 물밀듯 밀려오고, 다리는 감각이 무뎌져 가는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아이들이 운동을 원하니 또 걷자 싶어 나간 거리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들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아이들과 걷는 시간은 주변이 보입니다. 빨리 걷는 엄마 보폭을 따라올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보폭을 줄이고 속도를 줄이며 걷습니다. 그러면 혼자서 힘차게 운동할 때 볼 수 없었던 땅 위의 생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게 오늘 민달팽이들을 만났습니다.

20200525_185738.jpg 아스팔트 색이라 너무 닮아 하마터면 발로 밟을뻔한 민달팽이.

나무와 흙이 많은 나라여서 그런지 비만 오면 여기저기 민달팽이들이 밖으로 산책을 나섭니다.


흔하디 흔한 모습인데도 오늘따라 유달리 눈에 띄는 이 아이들은 아마 덩치가 좋아서 인가 봅니다.


20200525_191251.jpg 처음엔 치우지 않은 멍멍이 똥인지 알았는데.. 민달팽이였습니다.

아이들과 신기하듯 쳐다보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는 어느덧 민달팽이와 집을 메고 다니는 달팽이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20200525_191302.jpg 옆에 조그만 아이들은 아기들 일까요? 그 두 마리 앞에 놓여있는 벌레들은 먹이일까요?

피곤이 몰려옴에도 함께 나오니 이렇게 또 대화를 하며 걷게 됩니다. 이런 기분이 중독이 되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서는 듯합니다.


20200525_190750.jpg 공중부양(?) 중인 애벌레는 보이지 않는 실에 매달려 눈 앞에서 꿈틀댑니다. 떠 있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면서도 징그럽다고 꽥꽥 거리던 아이들의 소리가 귀를 괴롭혔답니다.

서늘하던 공기가 따스해지고 내리붓는 비 속에서도 후끈한 열기를 느끼는 것이 봄이 깊어지고 여름이 가까이 오는 기분이 듭니다.


생명이 움트는 봄이 깊어지는 이 순간, 비를 만난 봄은 생명을 밖으로 끌어내는 듯합니다.

이 생명의 큰 힘이 이 세상의 힘든 순간을 이겨내길 바라며~ 비 냄새 가득한 흙내음, 풀내음에 취해 본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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