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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움트는 봄이 비를 만났다.

매번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

출근을 하기 위해 문을 여니 생각보다 많이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이 끝나고 나온 순간에도 촉촉한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 없었던, 오늘은 비가 세상을 적신 날이었습니다.


8시간의 일을 끝낸 뒤, 운동을 하기 위해 나간 거리는 어느새 말라가고 있었지만, 비가 내린 날, 특유의 그 진득한 비에 젖은 풀냄새가 진동을 하는 길을 따라 걸으며 비의 자취를 여전히 느꼈습니다.


저녁을 차려먹고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또 길을 나섭니다.  피곤이 물밀듯 밀려오고, 다리는 감각이 무뎌져 가는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아이들이 운동을 원하니 또 걷자 싶어 나간 거리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들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아이들과 걷는 시간은 주변이 보입니다. 빨리 걷는 엄마 보폭을 따라올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보폭을 줄이고 속도를 줄이며 걷습니다. 그러면 혼자서 힘차게 운동할 때 볼 수 없었던 땅 위의 생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게 오늘 민달팽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스팔트 색이라 너무 닮아 하마터면 발로 밟을뻔한 민달팽이.

나무와 흙이 많은 나라여서 그런지 비만 오면 여기저기 민달팽이들이 밖으로 산책을 나섭니다.


흔하디 흔한 모습인데도 오늘따라 유달리 눈에 띄는 이 아이들은 아마 덩치가 좋아서 인가 봅니다.


처음엔 치우지 않은 멍멍이 똥인지 알았는데.. 민달팽이였습니다.

아이들과 신기하듯 쳐다보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는 어느덧 민달팽이와 집을 메고 다니는 달팽이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옆에 조그만 아이들은 아기들 일까요? 그 두 마리 앞에 놓여있는 벌레들은 먹이일까요?

피곤이 몰려옴에도 함께 나오니 이렇게 또 대화를 하며 걷게 됩니다. 이런 기분이 중독이 되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서는 듯합니다.


공중부양(?) 중인 애벌레는 보이지 않는 실에 매달려 눈 앞에서 꿈틀댑니다. 떠 있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면서도 징그럽다고 꽥꽥 거리던 아이들의 소리가 귀를 괴롭혔답니다.

서늘하던 공기가 따스해지고 내리붓는 비 속에서도 후끈한 열기를 느끼는 것이 봄이 깊어지고 여름이 가까이 오는 기분이 듭니다.


생명이 움트는 봄이 깊어지는 이 순간, 비를 만난 봄은 생명을 밖으로 끌어내는 듯합니다.

이 생명의 큰 힘이 이 세상의 힘든 순간을 이겨내길 바라며~ 비 냄새 가득한 흙내음, 풀내음에 취해 본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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