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 뼘 더 성장한 딸을 축복하며..

여자가 된 것을 축하해!

딸아이는 한참을 저의 품 안에 안겨 울었습니다.

우는 이유를 모르는 저로서는 그저 아이의 등을

'토닥토닥' 하며 아이의 울음이 사그라 들길 기다릴 뿐이었죠.


조심히 물어봅니다 "왜 울어?"

잔뜩 울음 섞인 목소리가 깊은 진동을 울리며 "I don't know"라는 딸아이의 대답을 전해줍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울음은 한동안 그치질 않았답니다.


우는 아이를 품에 안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만 13년 전 우리 예은이를 저희 가정에 큰 딸로 주시고 아무런 사고 없이 건강하게 키워주심이 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우리 예은이가 오늘 새로운 경험을 하며 여자로서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우리 예은이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겪는 변화로 마음이 힘든가 봅니다. 그러나 오늘 이 시간에 우리 예은이에게 이런 경험을 겪게 하신 주님의 계획이 분명히 있으시겠지요. 마음의 안정을 주시고 담대하게 하여 주시옵서소.


이제 여자로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될 몸을 준비하는 우리 예은이가 주님의 주신 이 몸을 소중히 간직하게 하시며 나중에 주님이 예비하신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렸을 때에 엄마가 되는 기쁨을 느끼게 하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 예은이가 살아가야 할 모든 시간과 모든 순간을 함께 하시고 이 아이가 밟는 땅 위에 함께 서 계셔 든든한 버팀목으로 아이를 지켜주시길 기도합니다."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해도 해도 부족한 자녀를 위해 기도하며 간절히 이 아이를 축복해봅니다.


주말인 토요일, 오랜만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있는 저에게 큰 아이가 오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길 합니다.

"엄마 피가 나와"

주위의 또래 친구들은 이미 시작한 친구들이 많은 터라 우리 아이는 언제쯤일까?라는 마음으로 지내던 터라 놀랍지는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용수철에 튕기는 공처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속옷 없이 밤에 자는 아이들로 훈련을 시켰던 터라 내복 바지에 선명하게 보이는 핏빛을 확인하고 아이에게 속옷과 새 바지를 준비해 오라 시켰습니다.


둘이나 되는 남동생들이 아는 게 싫은지 새 내복 바지에 속옷을 꼬깃꼬깃 넣어서 들고 오는 딸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습니다.


집에 있는 생리대를 사이즈 별로 보여주며 어떤 용도인지 설명을 해주고 속옷 위에 부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핏빛이 선명하게 묻어있는 내복 바지를 세면대에서 빨면서 찬물을 써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며 어떻게 옷을 빠는지 보여줍니다.


이제 기본적으로 알아야 것들은 다 알려준 거 같습니다. 오늘 저녁에 자러 들어갈 때 침대 위에 방수요를 하나 깔아주면 될 듯합니다.


혼자서 방에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안방으로 들어가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신랑에게 굳이 카톡을 보내 조용히 안방으로 불렀습니다.


그리곤 "우리 예은이가 생리를 시작했어"

시큰둥한 남편에게 "조용히 따로 축하한다고 말해줘"라고 부탁을 합니다.  

저보고 하라는 남편의 말에 "아빠가 해주는 건 틀린 거니까 아빠도 해줘"라며 쿡 찔러댑니다.


중 1학년 나이에 첫 생리를 하게 된 날, 친정아버지는 저를 끌어안고 "우리 딸이 이제 정말 여자가 되었구나. 축하한다." 하셨습니다. 불편하고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아빠의 그 축하가 지금 세월이 이렇게 지나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첫 생리가 저에게 축하의 순간인 것이었지요.


우리 딸도 제가 겪었던 그 마음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근데 성격이 다른 딸아이는 아빠의 축하가 어지간히도 뭉클했던 걸까요? 부끄러웠던 걸까요? 배시시 웃던 저와는 달리 큰 딸아이는 눈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던 거 같습니다.


아이가 성장을 하며 변화를 겪는 동안 부모이며 엄마인 저는 그 변화를 먼저 겪은 사람으로 함께 공감하고 동참하고 싶습니다. 절대 벗은 몸을 저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딸아이가 엄마인 저를 찾아와 툭 하니 털어놓은 순간이 참 고맙고 기쁘기만 합니다.


머리가 자라고 지식이 머리에 쌓이듯 몸도 함께 성장하며 여러 방면으로 변화를 겪게 될 우리 딸아이가 매 순간 당황스러워도 담대하게 겪어내길 기도하며.. 저는 우리 딸아이를 위한 기도가 담긴 찬양 한 구절을 나누고 싶습니다.


믿음의 가정들이 하나님이 주신 기업을 이 찬양과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며 자녀들을 양육하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우연히 찍힌 큰 딸의 그림자가 참 예쁜 사진입니다. 이 찬양처럼 이 아이가 하나님의 비전을 가지고 예수님의 인격을 닮고 성령의 능력을 받아 성장하길 기도해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멍석 깔아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