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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 깔아주기

흥미를 가질 때 할 수 있게 받쳐주는 일

결혼식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방에 제일 먼저 챙겨 넣은 것은 "요리책"이었다.


22년 부모님이 해 주신 밥만 먹다가 준비 없이 결혼을 덜컥 해 버리니 밥 해 먹고사는 일이 '커다란 숙제'가 되어버렸다.

할 수 있는 음식이 없으니 좀 더 잘하기 위해 요리책을 펴 들고 공부를 했던 나의 신혼 시절!


부모님 품 안에서 편안했던 시간, 엄마는 음식을 할 때마다 딸을 찾았다. 그렇게 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 하셨는데 그때마다 나는 도망을 다녔다. 흥미가 없어서 관심조차 가지질 않았던 것이다.


그런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닥쳐 조금씩 배우며 흥미를 갖게 되니 관심을 쏟고 마음을 쏟아 요리를 스스로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새 결혼 17년 차에 들어서니 눈대중, 손대중 간을 맞추며 음식을 하는 베테랑이 되어있다. 물론 모든 음식이 아닌 내가 잘하는 음식에 한에서만이 다.


"요리책"을 보며 공부한 엄마의 자녀들은 이제 "유튜브"를 보며 요리를 배운다. 아이 넷이 한 덩어리처럼 엉커 붙어 집중할 때가 자주 보여 확인해 보니, 유튜브에서 열심히 제빵, 제과에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고 있는 거다.


세상에 빵 종류와 과자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매일마다 몇 개씩 영상을 보며 넷이서 토론을 해도 그 끝이 보이지가 않을 지경이다.


영상을 보며 흥미를 가지고, 궁금해하던 아이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서는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못 가게 되어, 갖게 된 남아도는 시간이었다.


그 어렵다는 마카롱을 시작으로, 케이크 팝, 머랭 쿠키, 초코칩 쿠기, 피넛버터 쿠기와 레몬 바 그리고 케이크까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2주에 한 번씩 집에서 베이킹을 하기 시작했다.


베이킹을 싫어하는 엄마는 그저 마트에서 사 오라는 재료만 열심히 사다 나르는 일꾼의 역할만 하면 된다.


아이마다 재주가 다르지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가 없으니, 아이 넷이 번갈아 가며 서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 본다고 할 때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재료 적어줘. 엄마가 사 올게"이다. 


넷이서 모여 앉아 함께 유튜브를 보고, 서로 순서를 정한다. 그리고 만들고 싶은 메뉴를 정해 재료와 요리법을 정리해서 프린트를 해낸다.


그렇게 프린트된 종이를 엄마 손에 쥐어주며 재료를 부탁한다.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지낸지도 3개월이 훌쩍 넘어간다.


시간이 지난 만큼 베이킹을 하는 아이들의 솜씩도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처음으로 만든 마카롱-큰 딸 솜씨

그 어렵다는 마카롱을 울퉁불퉁 구워낸 날, 이쁘지 않은 어그러진 모습이어도 한없이 대견했다.

스틱없이 만들어낸 케이크 팝!

케이크를 구워 뭉쳐 동그란 모양을 잡고 초콜릿 옷을 입히면 되는 케이크 팝은 달달한 만큼 오래도록 아이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


둘째 딸의 선택으로 구워진 피넛버터 쿠키

요리 법대로 재료를 넣어 만들던 아이들은 완성작을 맛보고 스스로 평가를 시작했다. 너무 달다고 다음번에는 설탕을 조금 덜 넣어서 만들어 보겠다던 피넛쿠키.


초코렛이 잔뜩 들어간 초코렛 쿠키는 달지만 중독스러울 만큼 맛이 좋았다.

처음으로 만든 쿠키는 어른이 먹어도 멈출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단맛이었다.

케이크를 구워 시트 사이마다 과일과 크림으로 채우고 생크림을 덮어 과일로 장식한 생크림 케이크

제대로 갖추어진 제빵 재료가 없음에도, 있는 재료로 열심히 크림을 발라 장식을 하더니 제법 그럴듯하게 케이크를 만들어 냈다.


케이크 만들고 남은 재료를 가지고 6살 막내가 장식을 했다.

만 6살 막둥이는 남은 재료를 가지고 나름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자기만의 빵을 꾸미고 먹는 것은 이 세상 그 어떤 빵보다 맛있는 최고의 음식이 되어버린다.


아이들이 스스로 흥미를 갖고 도전을 하려 할 때 그 도전을 막지 않으니 아이들이 즐겁게 전진한다. 100% 만족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슬퍼하지 않는다.


스스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하고, 그 부족한 면을 어떻게 바꾸어 갈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한다.


아이들의 이런 새로운 시도가, 도전이 그저 대견하기만 하다. 부모는 그렇게 멍석을 깔아주고 최소한의 도움을 주면 되는 듯하다. 더 큰 도움이 필요할 때, 다가오는 아이들을 끌어안아주며 힘을 주는 것으로도 이 아이들은 한 뼘 더 성장해 나가는 듯하다.


출근길, 큰 아이와 막내가 둘이 서로 앉아 대화를 한다.

둘이 눈을 맞추며, 이번 주는 무엇을 만들까 고민을 한다.

"초콜릿 머핀을 만들고 싶은 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내일은 무슨 재료를 사야 하나 적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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