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터울로 낳은 네 명의 아이들은 모두 모유수유를 했습니다. 이전 글 '네 명의 아이를 모유수유로 키운 이유'에서 언급했듯이, 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젖을 빠는 아기에게 적응을 하며 모유수유를 하는 과정은 괴롭고 힘들었답니다. 그렇게 힘들게 적응을 하고 나면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갑니다.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는 목에 힘이 생깁니다. 팔, 다리가 조절되지 않아 바둥거리기만 하던 아기는 어느새 자기의 몸을 뒤집습니다. 그리고 그저 살기 위해 빨던 젖을 주는 사람을 알아보며 엄마만 봐도 반갑다고 방긋방긋 웃어댑니다. 세상에 모든 음식이라곤 모유밖에 없던 아이가 엄마, 아빠의 입에 들어가는 새로운 음식에 관심을 보이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갑니다. 전신을 이용하여 끙끙 거리며 몸을 움직이던 아이는 어느새 다리와 팔에 힘이 생겨 엉덩이를 들썩입니다. 팔, 다리를 이용해 사방을 탐험하던 아이는 두 팔로 땅을 버티며 다리에 힘을 주기를 반복하며 넘어집니다. 그리고 두 발로 벌떡 일어나 한 발짝을 떼기가 무섭게 내가 언제 '기었냐'는 듯 걷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1년~1년 반 사이에 보통 일어납니다. 아이의 성장에 맞게 이유식을 소개하는 사이, 아기는 영아로 자라납니다. 이제 아이에게 필요 없어지는 것들을 부모가 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새로운 시기가 옵니다.
가장 빠르게 끊어줘야 할 것은 '밤중 수유'입니다. 보통 3개월~4개월 즈음에완전히 끊어주면 더 질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어서 아기뿐만이 아니라 엄마에게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2시간 혹은 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기 위해 깨야만 하는 엄마에게 3개월 간의 시간은 부족한 수면과 싸워야 하는 기간입니다. 한 달이 지나가면서 아기는 더 이상 2~3시간 간격으로 먹지 않아도 조금 더 길게 잘 수 있습니다. 약 3주가 지나면 보통의 아기들은 3시간보다 더 길게 수면시간이 늘어납니다. 조금 더 커서 먹는 양이 늘어나면서 더 오래 잘 수 있는 거라 여겨집니다. 점점 수면 시간이 늘어나면 밤중에 두세 번씩 일어나서 수유를 하던 패턴이 길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밤중 수유를 끊을 수가 있습니다.
첫 아이를 낳고 경험이 없었던 저는 1달이 훌쩍 넘었던 아이가 새벽에 칭얼거리면 배가 고픈가 보다 하고 무조건 젖을 물리곤 했는데, 자다가 아기가 젖을 분수처럼 쏟으며 토를 했습니다. 몇 날 며칠을 자다 토를 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니 의사가 "over eating", "과식"이라고 알려주었답니다.
공갈 젖꼭지와 다르게 빨면 계속해서 나오는 젖을 물고 자는 아이가 너무 많이 먹게 되어 젖을 분수처럼 쏟아냈던 것입니다. 무지한 엄마의 실수였지요. 병원을 갔다 온 뒤로는 새벽에 아이가 칭얼거려도 다시는 젖을 물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진정시키며 재웠습니다.
엄마도, 아기도 제대로 된 좋은 수면을 갖기 위해서 3개월 전까지는 가능하면 밤중 수유를 끊도록 조절을 해 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버릇을 제대로 들이면 엄마도 5~6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실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늘어나게 됩니다.
만 1년이 되어 첫 생일이 지나면 아이는 더 이상 모유를 먹지 않아도 일반 우유로 부족한 것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일반 우유는 주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보충식이 되어야 합니다. 약 6개월 정도에 시작하는 이유식을 제대로 하셨다면 첫 생일이 지난 아이는 간이 세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음식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를 시키면서 우유로 보충을 하는 것이랍니다.
저는 8월 24일생인 큰 딸의 생일이 지난 8월 25일부터 3.25%의 지방 함유량을 가진 호모 밀크(Homo Milk-캐나다에서 불리는 우유 이름으로 지방 함량이 제일 높다. 그다음으로 지방 함유량이 2%, 1% 그리고 0%인 skim milk라는 것이 있다.)를 컵에 조금씩 따라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모유 수유는 언제 끊어야 할까요?
모유 수유는 우유를 소개할 수 있는 그 날 바로 끊이시면 됩니다. 근데 어떻게 끊어야 할까요?
그냥 어제까지 3~4번을 빨았던 아이가 그다음 날 하루 만에 딱 끊고 일반 우유를 마시는 게 가능할까요?
저는 모유수유를 끊기 위해 약 2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습니다. 만 10개월이 지나면서 아이가 이유식에 잘 적응하고 더 되직한 이유식을 하루에 3번씩 제대로 먹기 시작할 때, 하루에 4번 모유를 빨던 것을 하루에 3번으로 횟수를 줄였습니다. 그렇게 1~2주를 잘 적응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다음에는 3번에서 2번으로 그리고 2번에서 1번으로 횟수를 줄여가며 시간 여유를 두었습니다. 이렇게 여유를 두면 12개월이 되면서 아이는 모유보다 더 새로운 음식에 흥미를 갖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크게 차이를 못 느끼며 모유를 잊어버립니다.
(너무 웃긴 것은, 한 달 정도가 지나 아이 입에 젖을 갖다 대면 빠는 것을 잊어버리고 입만 '아'하고 벌리고 있더라는 겁니다.)
이 방법은 엄마의 몸에도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엄마의 몸은 아이가 젖을 빨면 빨수록 더 많은 양의 모유를 생산하도록 창조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가 빠는 횟수가 천천히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젖의 양이 줄어듭니다. 그러므로 모유를 갑작스럽게 끊게 되면서 오는 젖몸살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모유 시작을 처음 하는 것도 어렵지만, 제때에 끊어주는 것도 쉽지 않답니다. 감히 제때라는 시기를 정해 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 넷 중에 셋은 위의 방법으로 무리 없이 단유를 성공했지만, 각각의 성향이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 다 적용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와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시는 엄마의 의견과 상황에 따라 모유를 끊는 시기는 단축될 수도 연장될 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우유병을 오래 물고 있는 아이들의 치아가 더 빨리 손상되는 것처럼 모유를 오래 먹는 아이들의 치아도 손상된다고 하니 이 점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약 4개월 된 아기도 물을 컵으로 마실 수 있습니다. 조금만 기울여도 아기 입에 닿을 수 있도록 컵에 물을 넉넉히 넣어 아기 입에 조심히 갖다 대 보세요. 본능적으로 입을 열고 먹으려 달려든답니다. 조금씩 컵으로 물을 먹는 습관을 일찍부터 교육시키면 나중에 우유를 컵으로 마시는 것도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해 냅니다.
막내가 한달을 며칠 앞두었을 때, 아빠에게 안겨서 엄마만을 응시하는.모습. 이때도 이미 자기 밥줄이 누군지를 잘 알고 있었다.
아기를 키우며서 제일 예쁠 때를 뽑아 보라 한다면, 잠 잘 때와 젖을 빨때 일듯 싶다. 제대로 젖을 물게 되면 아이의 윗 입술을 사진처럼 위로 치켜지기 때문에 깉은 주름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