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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잘못했어요." 고맙다 고백해 줘서

학교에서 아이가 친구와 몸싸움을 하고 왔다. 

셋째 아이 담임 선생님의 문자를 받았다.

아이가 친구와 싸웠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아들도 맞고, 우리 아들도 때렸단 이야기였다.

선생님의 문자를 읽고 나서 어떻게 답장을 써야 할지 고민을 섞어 글을 적어 내려갔다. 이렇게 다시 보니 너무 정신을 놓고 썼나 보다. 선생님 이름 앞에 "Ms."를 붙이는 것도 잊어버렸다. 

상황을 모르는 내가 무슨 말을 할까? 그저 이런 사실을 알려준 선생님께 고맙다고, 아이와 잘 이야기해 보겠다는 말 외에는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나도 엄마인지라,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머리를 맞았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언짢아지는 건 숨길 수 없는 감정이다.


선생님 문자를 같이 본 신랑은 "남자아이들끼리 흔히 가질 수 있는 싸움"이라고 표현을 해 주었다.

아이들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흔한 몸싸움.

심각하게 여기지 말자고 여기면서 우리 아이랑은 어떻게 이야기를 해 봐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나였다.


우당 땅 시끄러운 소리 뒤로 네 명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인사를 하러 온 아이에게 정리한 뒤, 이야기를 좀 하자 했더니만, 엄마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고 있단다.


거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나에게 방으로 가자고 조르는 아이.. 누나들이랑 동생 앞에서 심각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이 부끄러운지 나를 방으로 이끌어 간다. 그렇게 아들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는 아이의 말을 듣고 있자 하니 저도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상황에 없던 나로서 100프로 알 수는 없지만, 한 친구가 교실로 돌아가는 아들을 쫓아와 때렸고, 맞은 게 화가 난 아들이 그 친구를 다시 때려줬다는 거다. 쉬는 시간 놀이터에서 노는데, 친구 한 명이 맞고 있길래 그 자리에서 같이 도망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줬단다.  근데 그 친구를 때리던 아이가 쫓아와 자신을 때렸다는 거다.


그래.. 먼저 때린 것이 아닌 것만으로도 참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평소 알려주던 교육에 반한 행동을 한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9살짜리 아들을 앉혀놓고 엄마표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천 가지, 만 가지 이유로 저 사람을 때려야 한다고 할지라도 절대 사람을 때리지 말라고..

혹시나 오늘처럼 누군가 먼저 때린다면 오늘처럼 똑같이 때리지 말고, 정확히 말로 경고를 하라고 알려줬다.

때리는 건 나쁜 거고, 계속 때리면 선생님께 말씀드린다는 말을 꼭 하라고 알려줬다.


지금은 어려서 친구랑 하는 몸싸움은 생채기가 덜 나지만, 나중에 커서 힘이 세지면, 주먹 하나로도 사람이 잘못될 수 있다는 정말 극단적인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제 9살, 얼마나 더 많이 싸우고 올지 모르겠지만, 맞고 오는 게 속상해도 사람을 때리지 않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화를 끝낸 뒤, 엄마 잘못했어요 라고 사과하는 아들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자기가 맞기 전 놀이터에서 맞고 있는 친구를 도와준 아이에게 참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그리고 엄마는 우리 아들이 친구들에게 맞고 오는 건 너무너무 속상하지만, 우리 아들이 친구를 때리면 더 속상할 거 같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딸들을 키우면서는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일을 오늘 큰 아들을 통해 겪었다. 성별이 다르다는 것도 있지만, 아이마다 다른 성향을 가지기에 겪는 일이다. 


얼마나 큰 축복일까? 나는 이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람을 배워간다.  

나에게 여러 성격을 가진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자, 나는 다른 집 아이들의 모습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큰 딸만 키울 때는 이해 못했던 주위의 아이들이 둘째를 통해, 셋째를 통해 이해되어 간다. 


알아 갈 수 록 어려운 사람이라는 존재를 네 명이나 겪으면서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 중에 4명의 사람을 조금은 더 많이 이해하고 알아가 보려 노력한다. 


나는 오늘 몸싸움을 벌이고 친구들 때린 아들을 회초리로 혼내지 않았다. 

아이와 눈을 마주 보고 앉아서 말하는 내내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알아달라 말하는 아이와 마주했다. 

두 팔을 벌리고 아이를 받아들이는 나의 품에 안기며 가슴속 깊이 사무친듯한 목소리로, 울음이 가득한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죄송합니다"를 되뇌던 아이를 끌어안았다. 


고맙다. 자기 잘못이 아니고 그 친구의 잘못이라고 탓하지 않은 너의 고백과, 너의 행동이 스스로 잘못되었음을 인정해주는 너의 용기가 고맙다. 


이제 겨우 만 9살, 너는 이 순간을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가슴 깊은 곳에 새겨주었으면 하는 엄마 마음 하나.. 너의 아픔이 엄마의 아픔이고, 너의 친구의 아픔은 그 부모님의 아픔이라는 걸~


그러니 우리 아픔을 주는 사람이 되지 말자. 누군가 널 아프게 하기 위해 달려든다면 너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그 힘을 통해 아픔이 아닌 도움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엄마의 기도가 너의 마음에 닿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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