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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반 친구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캐나다 학교는 어떻게 대처했나?

2020년 12월 18일 금요일

겨울 방학을 앞둔 학교의 마지막 날이었다.


일을 하는 중 큰 딸의 문자를 받았다.

"엄마, 같은 반 친구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대요."

"그 친구가 화요일까지 학교에 나왔어요."


이미 코로나를 겪은 지 9개월이 지났고, 멀고 가까운 이들의 확진 소식에 무뎌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내 딸아이가 직접 접촉자라는 위치에 놓이자 불안감이 떨쳐지지 않았다.


아이의 연락을 받은 신랑은 어떻게 해야 할지 문자를 보내왔고, 교회에서 방송일을 맡고 있는 터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교회에도 양해를 구해놨다는 말을 전해왔다.


이미 확진자 방문 소동을 한바탕 겪은 교회인지라 더욱 조심스럽기는 매한가지 었다.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저 주위에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고 학교에서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결정을 기다려보는 것이 우리의 최선인 거 같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일찍 귀가시킬까 싶어 신랑은 대기 중이었고, 우리는 그저 큰 아이의 선생님이 어떤 말씀을 전달할지 아이에게 연락만 오길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오후 2시 45분. 학교가 끝날 시간, 아이에게 문자가 왔다. 평소처럼 쪽지 시험을 치고 수업을 받았노라고..


선생님은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별도의 지시는 없었냐는 질문에 딸아이는 아무것도 없었노라는 대답을 전해 주었다.


신랑은 이해할 수 없다며 뿔난 목소리로 저녁 내내 투덜거렸다. 한국의 대처를 뉴스로 읽고 본 우리로서는 캐나다의 대처가 이해 안 가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하며 상황을 말씀드리자 지체 말고 검사를 받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밤 9시에 침대에 혼자 앉아 끙끙 고민을 하다가 어디로 가서 감사를 받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검사실이 있었다. 19일 토요일 오전 10시 45분에 검사 예약을 해 놓고 아이들을 검사하기 위해 제공하는 유튜브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다음 날 있을 코로나 검사를 준비했다.


Provincial health service Authority 에서 제공한 유튜브 영상 캡쳐

2020년 12월 19일 토요일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코로나 검사실로 향한 우리 가족은 다행히 한산한 검사 사이트를 보고 안도했다.


코로나를 검사하는 곳은 실내도 있지만 우리는 주차장에 설치된 Drive Thru검사실을 통해 검사를 받았다.


도착한 우리를 처음 맞이한 남자분에 의해 차에 탄 그대로 한 여성분에게 안내되었고, 차에 타고 있는 인원을 확인한 후, 검사 용지 6장을 받았다.


한 명당 한 장씩 작성해야 하는 통에 검사지를 작성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내가 검사지를 작성하는 동안 신랑은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지정해 준 번호가 쓰여 있는 검사실로 차를 이동시켰다.


우리는 4번에 배치를 받았고, 앞 차가 검사를 받는 동안 기다리면서 나머지 검사지를 부리나케 작성했다.

검사 용지에는 의료보험 번호가 들어가기 때문에 의료보험증은 필수다(캐나다에서는 MSP 번호라고 불린다).


인원이 많아서인지 2명의 스태프가 나와서 차 양쪽에서 3명씩 차례로 검사를 해 주었다.

이미 유튜브 영상에서 보고 온 가글 영상대로 아이들을 검사할 거란 기대와는 다르게, 아이들의 나이를 물어보더니 코에 넣고 검사하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하다며 아이들도 그 검사 방법이 어떻게냐 물어봤다.


아이들의 동의하에 코를 통한 검사를 시행받았다. 신랑은 엄청 아프다 했는데, 나는 그냥 코에 뭔가 다른 게 들어간 느낌만 들뿐 통증은 느끼지 못했다.


아이들도 무리 없이 검사를 받았고, 안내 용지에 따라 집에 와서 결과를 문자로 받기 위한 전화번호 등록을 끝냈다.


19일 저녁 7시가 채 되기도 전에 큰 딸과 아들 둘의 음성 결과를 받았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나의 음성 결과가 나왔다.


일요일 20일 오후 1시쯤 둘째 딸과 신랑의 음성 결과가 문자로 전해졌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같은 차에 탄 사람 6명이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는 제각각 다른 시간에 나와서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들은 고백인데, 신랑과 둘째는 결과가 하루 늦게 나온 덕에 나름 더 불안했다고 한다.


검사를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갔을 무렵 학교에서 이메일을 받았다.

Your child: 라는 제목으로 온 이메일에는 우리 아이가 코로나 확진자에 노출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이 메일의 내용은 아래의 이메일과 비교를 할 수 있다.

아래 이메일은 학교에 확진자가 있었지만 직접 접촉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이메일이다.



이 메일에는 직접 접촉이 없다는 메시지가 있고 언제 확진자가 학교에 다녀갔는지에 날짜 정보가 나와있다.

2020년 9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 후, 부모들은 학교에 코로나가 번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큰 아이의 세컨더리에는 원래 총 3000명 정도의 학생이 있는데 9월에 수업을 받기 위해 복귀한 학생 수는 약 1600명이었다.


수업이 지속되는 동안 10개 이상의 확진자 관련 이메일을 받았다. 문제는 그 모든 이메일이 확진자가 학교에 다녀간 뒤 약 2주가 지나서 전달되었다는 것인데, 지금 캐나다 현재 상황으로는 확진자에 대한 업데이트와 전달이 빨리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아이 반에서 나왔던 확진자 소식은 일주일 만에 전달되었으니 그동안 약간의 발전은 있었다고 여겨진다.


9월 학교가 시작된 후,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다시 문을 닫을 거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엎고 어찌 되었든 겨울 방학 전까지의 수업은 끝까지 유지되었다.


2021년 1월 새해가 되었다.

2주간의 겨울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갔다. 코로나 변종이 발견되었다는 새로운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중순 봄 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잘 다닐 수 있기를 기도한다.


마스크 착용이 불량했던 확진자 학생이 깨달았기를 바랄 뿐이다. 한 사람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 마스크를 잘 쓰고 학교를 다녀줄 그 친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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