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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학교생활-나에 대해서 소개할게요

All about me poster project

약 2주 전, 학교를 다녀온 2학년 막내아들 손에는 돌돌 말아 고무줄로 고정한 포스터용 파란색 종이가 들려있었습니다.


이게 뭐야??라고 묻는 제 말에 영어로 재잘재잘 설명해주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어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아이는 저에게 사진을 달라합니다.


"엄마, 내 사진이 있어야 해. 나도 사진을 줘요"

라는 요구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얼른 컴퓨터 앞에 앉아 찍어놓은 사진 파일들을 뒤적거리며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셋째까지는 미리미리 현상 해 놓은 사진이 많았는데, 어쩌다 보니 막내 아이의 사진은 찍어만 놓고 현상해 놓은 게 없었습니다. 


매년 엄마, 아빠 선물이라고 아이들이 만들어 주는 종이 앨범에 막내 사진은 하나도 없었지요. 그러니 막내는 매번 형아랑 누나들 사진을 가지고 사진첩을 만들어 선물로 주었답니다.

그런 순간에도 자기 사진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는 아이가 본인 사진을 달라하니, 이건 분명히 꼭 필요한 거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바로바로 사진을 골라내기 시작했습니다.


코스코 홈페이지에 들어가 출생부터 현재의 모습을 찍어둔 사진들을 몇 장씩 고르고 가족사진도 여러 장 모아서 인쇄를 신청하고 나니 몇 년 묵은 체증이 가라앉듯 제 마음 또한 편해집니다. 알게 모르게 숙제 같았던 일을 마무리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음날 사진을 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데리고 코스코에서 사진을 받아왔습니다. 얼마나 좋아하던지, 왜 이제야 해줬을까 미안한 마음이 더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받아온 가정통신문에  "All about me poster project"라는 제목 밑으로 이것저것 설명이 많이 쓰여있습니다.

숙제의 목적, 써야할 내용등이 써있는 숙제에 관한 설명서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숙제의 목적과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알려주셨습니다. 큰 아들이 보더니 "어? 나도 이거 했었는데.."랍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큰 아들은 한 번도 이걸 저에게 가져온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 막내아들의 담임 선생님께서 큰 아들 1학년 때 선생님이셨으니, 큰 아들은 이 숙제를 1학년 때 들고 왔었다는 소리지요.


"어떻게 했어?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안 했잖아?" 하고 반문하니


"그냥 내가 했어"랍니다.


1학년 때 혼자 했다는 이야기겠지요. 이걸???  아들 한 마디에 엄마로서 무척 당혹스러웠지만, 아이는 '숙제를 내가 혼자 해서 간 게 어떠냐'는 식의 반응을 보여주어 쿨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미 3년 전 일 후회해 봤자 어쩌겠습니까?


아무튼 막내를 앉혀놓고 함께 설명을 읽어가니 아이 나름대로 숙제를 채워갑니다. 근데 포스터 색이 너무 진해 글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가 돼버렸습니다.


하얀색 프린트 용지에 글을 쓰고 붙이면서 다시 작업을 시작하니 제법 포스터 모습을 갖추어 갑니다. 바쁜 엄마 대신에 큰누나가 막내 동생을 앉혀놓고 씨름을 합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작업한 결과물을 학교에 갖고 가야 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을 붙이고 그림을 그리고 간단한 글을 적어대어 완성한 우리 막내의 숙제 All about me -Elihu Rah입니다.

예훈이의 All about me poster

아이가 꾹꾹 눌러쓴 한 글자 한 글자가 기특하기만 한 엄마는 흐뭇하기만 합니다.

아이는 이 포스터를 붙어놓고 친구들 앞에 서서 자기 자신에 대해 소개를 하는 발표를 한다 합니다.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고, 좋아하는 것과 우리 가족이 특별히 여기는 날 등등 자신에 대해 친구들에게 알려준다 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는 수업을 자연스럽게 쌓아가는 모습이 그저 대견하기만 합니다. 얼마나 잘할지,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는 생기지 않습니다.

작은 경험들이 쌓여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고했다. 우리 막내~

막내가 만들어준 앨범 To mom♡love라는 제목

많이 뽑아준 사진들을 다 갖고 가더니 이렇게 사진을 붙여 엄마에게 라며, 앨범을 만들어 갖고 왔습니다.

나름 그림도 그러가며 꾸며 온 앨범을 받은 저는 참 행복하답니다. 그 작던 아기가 어느새 커서 엄마를 생각해주니 참 감사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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