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둘째 딸은 태어난 순간부터 날 닮았었다.
얼굴은 잘 모르겠더라도 길쭉 뻗은 팔다리 하며 58cm 길이로 태어난 장신의 신생아였다.
아마 내 몸이 좀 더 날씬했더라면 나의 이 말을 누구나 믿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큰 키는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 이미 160cm를 넘은 나름 키 큰 아이였다. 단지 그 이후로 좀 안 자랐을 뿐이다. 그래도 166cm이면 작은 키는 아니리라.
둘째는 성격이 언니랑 정반대이다. 정말로 180도 뒤집어 놓은 사람이랄까? 내향적인 큰 딸, 외향적인 둘째 딸.
부모님들이 종종 자녀들을 보며
"우리 애들 성격 반반씩만 섞어 놓으면 참 좋겠어"
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둘째를 낳고 키우면서
그 말씀에 200프로 동감을 하게 되었다.
둘째 딸은 나를 닮아서 정말 외향적이다. 밖에서 사람들과 금세 어울리며 놀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 온다. 적극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덤벙이다.
1살 이후였나? 2살 이후였던가?
하이체어를 쓰지 않고 일반 식탁 의자에 앉기 시작한 뒤부터였던 거 같다.
밥을 잘 먹던 아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고 밥 먹다 앞을 보니 애가 없어져서 놀란 마음에 일어서서 찾아보니 식탁의자에서 떨어져 버린 거다. 밥 잘 먹다가 느닷없이!!
처음엔 저도 놀래고 아팠는지 울었던 듯싶다. 근데 그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나도 한소리가 나오고 저도 이골이 났다.
어느 날 또 사라지더니 벌떡 일어나서는
"엄마 나 안 아파요" 이러는 거다.
정말이지 그때 이 아이의 말 때문에 한참을 웃었던 거 같다.
밖에서 잘 뛰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넘어져있던 우리 덤벙이.
아이들 마다 데리고 다니면 다른 성향을 보이는데 첫째는 항상 엄마가 어디 있는지 확인을 하고 가는 아이라면 활발한 이 아이는 엄마가 어디 있는지 신경 안 쓰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직진을 하는 아이였다.
한 번은 대형 몰에 갔는데 애가 없어져서 찾아보니
혼자 다른 옷가게에 가서 그 앞에 전시되어 있는 강아지 모양 마네킹에 올라타 있었다.
너무 놀란 마음에 후다닥 뛰어가는 동안 애만 보였는데 애를 찾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위에 안전요원들과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서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의 민망함이란..
대형몰에 있던 엘리베이터는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었다.
3층에 갔다가 "여기가 아닌가 봐" 라며
아이들을 데리도 분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갔는데 "아까 거긴 가봐"가 돼버렸다.
다시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세상에 우리 둘째가 3층 밖에서 날 보고 손을 흔들고 있는 거다.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꺼지는 내 마음이라니...
분명 데리고 탔는데 대체 저 아이는 언제 내려서 혼자 저 위에 있는 건지.
이때는 이미 셋째도 태어난 뒤라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애 둘을 옆에 끼고 다니면서 나도 참 정신이 없었던 거 같다.
이 아이가 벌써 만으로 10살이 되었다. 7월 27일에.
엄마 신경 안 쓰고 직진만 하던 아이는 몸이 제법 무거워져
엄마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덩치가 되어버렸다.
누가 내 딸 아니랄까 봐 어릴 때 통통하던 엄마 모습도 그대로 닮아가는 중이다.
언제나 활발한 이 아이는 학교에서나, 동네에서나 교회에서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활동 반경이 넓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나에게 이렇게 질문을 한다.
"네가 이 아이의 엄마니?"
이미 우리 딸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날 보면 반가워해주는 나에겐 낯선 이들.
매일 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전화번호를 받아오고, 새로운 친구와 플레이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나를 닦달하는 게 이 아이의 일인 듯싶다.
한 번은 사랑스러운 이 아이가 너무 대견했었던 일이 생겼다.
학교에서 walk a ton fund raising을 한다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모금을 해오라고 종이를 나누어 주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각각 받아온 네 장의 종이 중에 3장을 이용해서 총 150불이 넘는 돈을 동네 사람들에게 모금으로 받아온 적이 있다.
참 많이 쑥스러울 일일 텐데 이 아이는 여러 집을 다니며 초인종을 누르고 인사를 하고 설명하고 작게는 50센트 크게는 5불까지 모금을 받아와 그 금액을 모은 거다.
나는 무심한 성격이라 막 엄청나게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기특해서 칭찬을 날려주었다. 그리고 뒤에서 남한테 자랑하는 실력을 행사했다.
시키지 않아도 학교에서 스스로 봉사를 하는 아이.
남녀 상관없이 모두와 잘 어울리는 아이.
어른을 보면 사랑스럽게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
언니랑 다르게 또 다른 면에서 나에게 뿌듯함을 안겨주는 이 아이가 내 딸이라서 나는 행복하다.
요즘 크면서 이 아이가 깔깔 웃을 때면 마귀할멈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근데 나도 저렇게 웃었던 사람이라 뭐라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끙끙댄다. 웃는 거까지 저리 닮아버리니 참 유전자가 무섭긴 무섭다고 말이다.
사진을 찍으면 포즈에서 항상 흥이 나오는 우리 둘째
한국에서 조부모님이 주신 용돈에 입이 찢어졌다. 표정만 봐도 행복하다
사진을 보면 항상 웃는 이 아이의 표정에 다들 행복해진다
본인이 원해서 시작한 볼룬티어 팀 사진. 뭐든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