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한국인 교회는 제법 큰 편이라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일날 10시 예배가 끝나고 1시간 20분 정도 수업을 한다.
모든 선생님들은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고 나는 킨더반, 유년부, 초등부 중에서 초등부를 맡아 가르치는 선생님 중에 한 명이다.
3년 전, 아는 언니의 권고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하는 중이다.
봉사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의욕 없는 아이들을 이끄는 일인 거 같다.
해야 하는 이유가 스스로 없는 아이들은 부모의 강요에 의해 수업을 들어오고, 그 시간이 너무 지루한 시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아이들 중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 우리 아이들조차 한국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이유가 없다.
엄마 아빠가 하라 하니까 하는 아이들.
의욕 없는 아이들은 배우는 게 더딜 수밖에 없다.
내가 많이 존경하는 집사님이 계신다. 그분은 한국에서 교육 쪽으로 경력이 많으셨다. 큰 아이가 킨더 한글 반에 들어가고 약 반년이 지나 그 집사님께서 킨더반을 맡게 되셨던 거 같다. 한글이 느렸던 큰 딸이 킨더를 졸업하고 1학년으로 올라갈 때 그 집사님께서 나를 붙드시고 1년 더 아이를 가르치고 싶다 하셨다. 나는 너무 감사드리며 큰 아이를 부탁드렸다.
다른 친구들은 다 1학년 반으로 올라갔지만, 우리 아이는 새로 온 킨더 아이들과 일 년을 더 지냈고 그 일 년 동안 한글의 기본을 착실하게 다졌다. 지금도 네 명 중, 한글을 제일 잘 읽고 쓴다.(맞춤법은 여전히 엉망이지만 그래도 제법 잘 쓴다.)
감사하게도, 그분께서 우리 둘째 아이도 2년간 붙잡고 한글 기초를 알려주셨다.
둘째 아이를 끝으로 건강이 많이 상하셔서 떠나셨는데 그 이후로 킨더에 들어간 셋째 아이는 기초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초등학교 3학년인 지금까지도 한글이 엉망이다. 내가 붙잡고 가르칠 여건을 만들지 못해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막둥이는 새로운 선생님을 제법 잘 만나 누나들처럼 1년 더 킨더반에서 기초를 다지는 중이다. 새로 오신 선생님께서 아이를 1년 더 가르치시고 싶다 하셔서 감사드리며 맡길 수 있었다.
딸들은 스스로 하는 편이었다면 아들들은 확실히 딸들과 다른 거 같아서 한 해 동안 나도 집에서 아들 둘을 붙잡고 한글을 가르치려 노력 중이다.
일 끝나고 오면 시간이 여의치 않지만, 하루 10분이라도 몇 글자 반복하는 학습이 중요할 듯하여 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 중이다. 아이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내가 불러주는 모음을 받아쓰는 막둥이. 아직도 "오"와 "요"는 헷갈려한다.
이제 모음을 배우는 막내와 다 알지만 ㅌ과 ㅋ 을 E와 F로 쓰고 있는 큰 아들을 가르치면서 한글 교육이 얼마나 힘든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남의 아이보다 내 아이 가르치는 건 몇 배로 더 힘들다.
오늘도 회초리를 옆에 두고 협박을 하면서 가르쳤다고 할까?
역시 만 5살의 집중력은 최대 20분인 듯싶다.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10분이었다.
짧은 동화 몇 줄을 읽히고 보고 따라 적으라는 말에 하기 싫어 눈물이 글썽대는 큰 아들의 모습에 기운이 또 빠지지만, 내가 지치면 결국 안될 듯하여 혼자 또 힘을 내 보면 아이들을 끌어갔다.
몇 줄 되지도 않는 동화책을 보고 쓰라는 말에 온몸을 비틀다가 내 손에 쥐어진 회초리에 조용히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