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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인맥은 중요하다.

높은 인맥이 아닌 신뢰라는 인맥

캐나다에 만난 누군가가 농담처럼 나에게 해 준 말이 있었다.

"야! 캐나다가 한국보다 인맥을 더 따져! 인맥이 여기서 얼마나 중요한데!" 


그때는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 인맥의 힘을 명확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 '미생'에서 배우 임시완이 인맥의 힘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시한부 인턴을 시작했던 모습이랑은 좀 많이 다르다.


캐나다에서 인맥이란 신뢰가 있는 사람과의 관계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그냥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내가 아는 사람이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 신뢰를 갖고 있는 인맥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인맥의 힘은 취업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정말, 진심으로 말하지만, 신뢰를 얻은 사람이 쌓은 인맥은 엄청난 힘이 있다.


겨우 캐나다 대형슈퍼 마트라고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캐나다에서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대형마트에서 5년을 일했다.


그리고 나름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신뢰를 받았다고 믿는다. 내가 일하는 부서에서 Full time position이 나올 때마다 매니저들이 나한테 먼저 full time offer를 했었다. 아마 Seniority(먼저 일을 시작한 사람이나, 일 한 시간이 높은 사람에게 주는 우선권)가 높아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매니저가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는데, 이 말을 들었을 때 인정받고 있다는 마음이 확실히 들었다.

"Whoever has you, they are lucky to have you Sue!" 


어느 회사든, 모르는 사람을 새로 채용한다는 것에는 큰 위험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당연히 잘 쓰여 있을 이력서만 믿고 사람을 뽑기에는 신뢰가 쌓여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잘못 뽑아서 받는 손해가 발생할 확률이 생긴다는 거다.


트레이닝을 시킬 때도 당연히 돈을 줘야 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인해 스케줄이 비어버리면 대신 대체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손해가 나온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다시 뽑아 훈련을 시키는 시간까지의 또 다른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캐나다는 Reference 가 중요하다.

캐나다는 마트에 지원을 해도 보통 레퍼런스 Reference를 요구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보통 일을 지원할 때 함께 제출하고, 레퍼런스는 인터뷰 후에 제출하면 된다. 보통 회사에서 요구 하기도 하지만, 미리 준비했다가 인터뷰 후 전해주는 것을 추천한다.


레퍼런스는 나를 잘 알고 나에 대해 좋게 이야기를 해 줄 사람을 회사에 제공하는 것이다. 보통 경력이 없는 사람들은, 가까운 친구 중에 회사에 다니는 분들이 있으면 부탁할 수 있지만, 경력직 사람들은 지원하는 부서랑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레퍼런스가 더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전 매니저와 학교 선생님에게 레퍼런스를 부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회사는 레퍼런스에 적힌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람에 대해 질문을 한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요즘에는 집을 렌트할 때도 레퍼런스를 요구한다. 내가 10년 전, 이 집에 들어올 때도 전 주인 연락처를 레퍼런스로 제공했는데, 현재 집 계약 전에 주인이 전화를 받았었다고 한다.

보통 렌트비는 밀리지 않고 잘 지불했는지, 집을 깨끗이 사용하고 큰 훼손이 없었는지에 대한 체크를 한다.


아무튼, 나는 캐나다 직장에서 나름 좋은 이미지로 일을 했었다. 그래서 주위 분들 중, 이 캐나다 마트에 지원을 하고 싶어 했던 분들이 나에게 연락해서 레퍼런스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았다.


레퍼런스가 되는 일도 신중히 생각할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추천한 사람이 취직이 되고 난 후, 그만큼 좋은 이미지를 주지 않으면 그 사람을 추천한 내가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막내 아이의 친구 엄마가 마트에 취직을 하고 싶다고 레퍼런스가 되어달라 한 적이 있다. 밝고 열심히 사는 사람인 걸 알기에 추천을 해 주었고, 내가 일 하는 부서로 취직이 되었다.


근데 며칠 일을 하고, 돈을 받아보더니, 일에 비해 돈이 너무 적다면서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만둔 적이 있다.


그분은 나에게 고맙다며 밥을 사준다고 했지만, 내가 쌓아 놓은 신뢰를 담보로 추천을 해 주었던 나로서는, 그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먼저 원하기에 도와줬던 나의 호의가 참 우습게 취급당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레퍼런스는 그래서 함부로 해주면 안 된다 한다. 정말 열심히 일 해줄 사람에게만 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나를 잘 어필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 하고, 취직이 되면 정말 열심히 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나를 신뢰해서 추천해 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신뢰가 기반이 된 사람과의 관계가 갖는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이 곳 캐나다에서 일하면서 더 느끼며 살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직업의 귀천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현재의 최선을 다해 계속해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느끼며 지내는 중이다.


나는 대단한 인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신뢰로 쌓아온 인맥들이 점점 넓어져가고 있다. 사생활에 엮인 인맥뿐만 아니라 일적으로 엮인 인맥 또한 넓혀가는 중이다.


내가 가진 능력은 같이 일을 해 봐야 보여줄 수 있는 거지만, 쌓아놓은 인맥은 나의 인간성을 먼저 드러내 준다. 그러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고, 어쩔 때는 불만을 갖게 되는 윗사람이라 할지라도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는 커다란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런 게 진정한 사회생활일 테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내 친구가 해준 조언이 마음에 남아 남겨본다.


일을 구한다는 건, 내가 을의 입장이 되는 게 아니라, 회사와 내가 같은 눈높이에 서서, 저울질을 하는 것이다.

회사는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를..

나는 이 회사에 나의 능력을 투자해도 될 만한 회사인지를..

서로 판단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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