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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코로나?

두 번째 검사를 받다.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수요일 필라테스에 가서 하얗게 불태우며 운동을 했다. 수요일 강사님은 인텐스 한 운동을 주로 시켜주신다. 날도 겨울이 아니고, 이제 몸도 운동을 꾸준히 해서인지, 열이 금방 올라 땀에 송골송골 맺혀 흐른다.


이 날도 힘들었다. 마스크 쓰고 있는 게 천만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침까지 흘렸다. 아.. 이 와중에 막내가 깔깔대며 웃다가 침을 줄줄 흘리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오늘의 힘든 운동 덕에 내일은 또 근육통을 겪겠구나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보단 조금 늦은 시각이긴 했다.


아침 6시 50분, 벨이 울린다. 뜨끈한 물에 샤워를 하고 정신을 차린다. 오늘 점심은 파, 계란, 베이컨 볶음밥으로 준비해서 도시락을 싸줬다.


8시, 오늘은 그동안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날이다. 내일은 이 과목의 마지막 시험이기 때문이다. 평소처럼 뜨거운 물을 끓여 차를 우리고, 또 한 컵엔 스타벅스 커피 가루를 넣고 Oat Milk를 섞은 고소한 커피를 한잔 탔다.


그리고 황금 사과라 불리는 아침 사과를 준비해 책상 옆에 두고 수업을 받았다.


법대에 다니는 사람들은 2년에 걸쳐 배운다는 형법을 4주 만에 끝냈다. 형법 중 중요한 내용만 골라서 속성으로 배우는 이 시간이 너무 힘든 한 달을 보냈다. 게다가 Criminal Code Canada라는 형법 사전을 보느라 눈이 10살 더 늙은 기분이다. 빼곡히 써인 글자는 너무 작았고, 내용은 어려웠다.


한번 읽어서 이해 가는 내용이 하나도 없어, 읽고 읽기를 반복하다 한숨을 내며 일어난 게 며칠인지.. 아무래도 이 형법에 관련된 법률 사무소에서는 일을 찾지 말아야겠다.


정신을 차려주신 남편은 지난주부터 수업 후, 밖에서 한 시간씩 걷기 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평소 속보로 50분 정도 힘들게 걷던 내 운동을 포기하고 남편의 체력에 맞추어 속도를 늦추고 거리를 조금 더 늘렸다.


이사 온 지, 십 년 만에 10분 거리에 좋은 등산 코스를 가진 뒷산 길을 발견해서 신랑과의 등산을 즐긴 2번째 주였다. 어젯밤, 자기 전, 오랜만에 근처 몰까지 걸어갔다가 스타벅스 음료를 먹자는 남편의 제안에 동의하고 잠자리에 들었었다. 그래서 수업을 마치자마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들떠서는 외출 준비에 신이 났었다.


해가 빼꼼 나온 날씨가 생각보다 추울 듯했다. 밤마다 온 비 때문에 떨어진 온도가 걱정되어 가을처럼, 마치 봄처럼 옷을 입었는데 덥다. 너무 뜨겁고 답답하다.


기대한 것처럼 온 다리는 근육통으로 통증이 계속 전해진다. 나의 움직임에 상관없이 모든 다리 근육들이 통증을 호소하며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인지 굼뜨다. 마치 내가 펭귄이 된 기분처럼 나는 뒤뚱뒤뚱 걷고 있다.


하필, 오늘 우리가 원했던 음료가 다 Unavailable 하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결국 생각도 없던 에스프레소 프라푸치노를 시켜서 들고 나왔다. 유달리 답답한 기분에 얼음물도 한잔 요구했다. 분명 시럽을 1번으로 줄였는데 달다.. 너무 달다. 진짜.. 너무 달아서 몸이 떨린다. 시럽 하나 맞는 걸까?


갈수록 몸이 무거워진다. 커피는 사놓고 입에 댈 기분이 들지 않아 신랑 손에 맡긴 채 추가로 받은 얼음물만 홀짝홀짝 들이키며 겨우 겨우 집에 왔다.

몸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 타이레놀을 하나 먹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버렸다.


아.. 저녁해야 하는데... 머릿속은 엄마의 본능으로 물결치는데 몸뚱이는 무거워서 일으켜지지 않는다. 그렇게 5시 30분을 가리키는 시간을 보며 물먹은 솜뭉치 같은 몸을 일으킨다.

땀에 흠뻑 젖은 나를 본다.


아이들은 결국 라면으로 저녁을 먹는다. 엄마가 아프면 음식이 부실해진다는 진실...

내일 시험을 위해 무너져내리는 몸을 다독이다 결국 10시 30분 다시 침대에 누웠다. 모르겠다. 어차피 오픈 북이니까..


4시 화장실을 가느라 한번 눈을 뜨고 6시 떨리는 몸을 느끼며 일어나 다시 약을 먹고 누웠다. 알람 소리에도 정신을 잃고 있다가 7시 25분 일어나 샤워 준비를 한다. 옷이.. 땀으로 다 젖어서 차갑다. 그냥 축축한 게 아니라 입고 있는 옷들이 전부 물에 젖은 옷처럼 땀에 젖어 무겁다.


몸에 들러붙은 옷들을 벗어내고 뜨끈한 물에 샤워를 한다. 샤워 가운을 입은 옷이 물인지 땀인지 분간이 안 가도록 수건으로 닦은 후에도 축축하다.


어젯밤, 수업 후 예약해 놓은 코로나 검사를 조금 늦추어 조정하고, 12시 40분 정도 시험을 끝냈다. 아침부터 겪은 테크니컬 문제로 시험 시간을 40분이나 뺏긴 덕이다. 1시까지 주어진 시간 안에 다행히 끝을 냈다.


1시 15분 예약된 코로나 검사실로 차를 몰았다. 작년 12월 말과는 다르게 검사실로 방향을 꺾는 차들이 많이 보이더구먼, 검사 용지 배부 장소 앞에 길게 줄지어 섰다.

코로나 검사 후 받은 예약 확인 이메일

다행히 혼자였고 코 속으로 받는 검사라 사람이 적게 줄 선 부스로 안내되었다. 아팠다. 저번보다 더 아팠다.


토요일에 있던 일도, 약속도 다 취소하고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3시가 되니 다시 몸이 벌벌 떨려온다. 약 먹은 지 3시간 만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타이레놀을 하나 더 챙겨 먹고 장판에 몸을 지지며 누웠다.


필라테스 외에는 잘 나가지도 않는데 코로나 일까? 밤새 걱정이 든다. 몸살 외에 복통까지 더해져 어제 10번도 넘게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던 나이기에 신랑이 식중독 같단다.


수요일 밤 두드러기가 돋기도 했으니까..


코로나 덕에 아파도 코로나 의심부터 생긴다. 잘 아프진 않지만 꼭 코로나 일 거 같은 불안감에 하루를 보냈더니 두통마저 생긴 기분이다. 내일 안으로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만, 결과는 함께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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