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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정신이 돌아왔다.

맹장 수술 in Canada

5시간을 잤다. 맹장 수술을 받은 후, 깨지 않고 잠을 잔 제일 긴 시간의 잠을 잤다.

불편해지는 감각에 눈을 떠서 기계에 연결된 코드를 '툭' 하니 뽑아내고 칫솔에 치약을 묻혀 '도륵륵 드르륵' 바퀴 굴러가는 소리에 발을 맞추며 걷는다.


감사히 화장실은 바로 건너편이라 짧은 걸음에도 쉬이 도착한다. 오늘은 거리가 조금 더 짧아진 듯, 도착 시간도 빨라진 듯하다.


아니다, 거리가 빨라진 게 아니라 발을 움직이는 내 걸음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 거다.


내 공간, 병실이 없어 복도에 설치한 환자 침대 주위로 가림막 두 개를 세워 만들어 준 나만의 공간에 앉아 물을 홀짝이며 갈증을 해소하는 찰나에 간호사가 왔다.


"Hey I know you woke up. I will check your blood pressure"

나 만의 병실이 병동 한 쪽 구석 복도에 설치되었다.

너무 익숙하게 아무것도 없는 왼팔을 쭉 뻗고, 손가락을 길게 펴서 모니터에 몸을 부분처럼 연결시켰다. '위이잉' 기계 소리가 나며 왼팔에 묵직한 조임이 느껴진다. 조임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소리가 나자 간호사가 빼족하게 긴 막대기를 얼굴 가까이 쑤욱 들이민다. 이 또한 익숙하게 입을 벌리고 내 혀 밑으로 막대기를 고정시켜 준다.


'삐삐 빅' 안전한 소리다. 다행이다.. 안도한다. 

약을 먹었던 시간이 꽤 지났는데, 열이 나지 않았다.


오늘은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새벽 5시 40분

수요일 저녁 9시 40분 응급실에 도착한 이후로 요일이 네 번 바뀌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 눈을 떴는데 오른쪽 하복부가 당기며 아프다.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주 내내 위 통증으로 아팠기 때문에 그저 또 그와 연결된 통증이려니 여겼다.


그날은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제일 큰 몰인 Metrotown mall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간단히 아침을 챙기고 아이들 넷을 데리고 신발을 사러 갔다. 계속 벼르고 벼르던 신발을 는 나에겐 너무 중요한 날이었기에 쿡쿡 쑤셔대는 통증도 날 막지 못했다.


주일로 넘어가는 늦은 밤, 잠을 자는 내내 통증에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며 새벽을 넘겼다. 6시 40분, 교회에서 일할 남편을 위한 라이드를 한 뒤, 8시 45분까지 정신없이 잠을 충전했다. 주일 일정은 내 통증도 흘려버리기 충분하게 바쁘기에 아픔을 뒤로한 채 주말의 마지막을 마무리했다.


자기 전에 전보다 더 심해진 하복부 통증에, 워크인 오픈 시간을 확인하고 학교 선생님께 8시에 시작하는 수업에 늦을지도 모르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뒤, 잠이 들었다.


월요일 오전 새벽 6시 30분. 일어나 샤워를 했다. 7시에 오픈하는 집 근처 walk in clinic에 가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이른 오전이라 한가한 클리닉임에도 의사 한 명, 리셉션 한 명의 소수 인원이라 50분을 기다려 의사를 만났다.


"Patient : to ER"

이라고 적힌 의사의 소견서를 들고 클리닉 문을 나섰다.


급한 마음에 집으로 운전을 하며, 사무실 supervisor에게 연락을 하고, 집에 와서는 선생님께 다시 연락을 했다.


"맹장염이 의심되어 응급실에 갑니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여정이 이제 그 끝을 보여주기에, 이 여정의 기록을 글로 남겨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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