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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대요.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의 사진을 봤습니다.

교회 예배를 마치고 한글학교 수업 시작 전에 화장실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유년부 담당(1학년~3학년) 전도사님과 부장 선생님을 만났답니다.


두 분 다 저와 오래 알고 지냈고 반가운 분들입니다.

저를 보시자마자 대뜸 건네주시는 말씀이~

"○○이 여자 친구 생겼대요".

입니다.


"네???"라는 반문이 절로 나오더군요.


오늘 예배 후 그룹 모임 시간에 아이들과 모여서 기도제목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 시간에, 3학년인 제 큰 아들이 학교에서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말을 했답니다.


기도제목과 여자 친구는 무슨 관계일까 싶었지만, 어이없이 흘러나오는 웃음에 말을 잃었습니다.


약 2년 전, 큰 아들이 1학년 때, 굴러다니는 장난감 반지를 들고 온 적이 있지요.

저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엄마 나 이 반지 학교에 갖고 가도 돼?"

남자아이가 무슨 반지 타령인가 싶어서 물어보니,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게 반지를 주고 싶다 대답하더군요.


저는 웃으면서

"반지 함부로 주는 거 아니야~~"

대답해주며 반지를 뺏었답니다.


네.. 저 질투했습니다. 질투가 나네요. 조그만 녀석이 벌써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다는 것도 웃긴데, 반지라니요.

저는 너무 어린 나이에 아들을 뺏길까 봐 반지를 뺏은 질투쟁이 엄마였답니다.


그런 아이가 이번엔 새로운 여자 아이에게 마음을 뺏긴 거 같습니다. 어떤 아이인지 궁금증이 일어나는 것을 교회 일정이 다 끝날 때까지 겨우 참은 듯합니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제 건너편에 앉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니?"라고 말이죠.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면서 자랑스럽게 그 아이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더군요.

너무 궁금해서 "누가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했니?"

이러니...

자기가 먼저 했답니다.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우리 아들 남자다" 이야기해주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옆에서 두 누나들은 왜 그런 이야기를 기도제목 시간에 이야기했냐고 타박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오랫동안 좋아할 수 있게 기도해 달라고 하고 싶으면 할 수도 있지. 엄마도 기도제목 시간에 아빠 이야기하는데?"

이러면서요..


둘째 딸은 엄마가 이상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하더군요.


집에 오자마자 학교에서 받은 사진첩을 들고 와 저에게 좋아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여 줍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의 사진을 뚫어져라 한참을 봤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이렇구나 싶은 마음에 말이죠.


신랑과 저녁을 먹으며 아빠를 닮지 않은 큰 아들이라고 감상평을 주었습니다. 먼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대범 함라니.. 아빠는 확실히 닮지 않았습니다.


항상 엄마만 찾고 남한테 안기지도 않던 낯가림이 심했던 큰 아들이 이제는 엄마가 아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며 사진까지 보여주는 경험을 하며 아이가 커 감을 더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더 커서 사춘기가 와도 엄마에게 여자 친구라고 소개해줄 수 있을 만큼 가깝고 편한 엄마가 되고 싶네요.

우리 아들 그래도 엄마 많이 사랑하지?라는 저의 물음에 절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쪽쪽쪽 뽀뽀를 날려주는 아들이라 섭섭한 마음을 쑤욱 한구석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 아들은 이렇게 아기같고 이쁘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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