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가족 온천 여행

3번째 방문. 처음으로 우리 가족만

3월 16일 월요일은 새벽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좀 특별한 계획을 위해서 말이죠.


근데 함께 일하는 친구가 오전 10시쯤 나오는 정부의 발표를 듣고 계획을 다시 생각해보라 귀띔을 해 주었답니다.

네.. 코로나로 어수선한 이때, 저는 생일을 맞이하여 가족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냥 조용한 곳에 가서 뜨끈한 곳에 몸을 담그고 시간 걱정 없이 쉬고 싶은 마음이 젤 컸던 거 같습니다.

하필 저와 신랑의 생일이 하루 차이라.. 생일맞이 쉼을 갖고 싶었지요.


방을 알아볼 때 예약이 꽉 찬 상태라 포기하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는데, 코로나의 영향인지 방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코로나를 걱정하며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근데 참 아이러니하지요? 온천에 몸을 담그고 쉬겠다는 저의 꿈은 주일날 오후 늦게 비친 핏빛을 보며 산산조각이 나네요.


남들처럼 정확한 생리주기가 없는 저에게.. 이런 날 마법에 걸리는 타이밍이라니요. 둘째 셋째 날은 양이 많아서 잘 때도 신경이 예민해지는 저로서는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었답니다.


월요일 도착하자마자 저녁에 잠시 몸을 담그고는 월요일 늦은 밤부터 쏟아지는 양을 주체하지 못해 정작 화요일 즐길 수 있는 하루를 혼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근데, 신랑과 아이들을 온천으로 보내 놓고 보니 이게 웬 횡재냐 싶네요. 혼자만의 시간이라니요. 갑자기 구름 위에 앉은 거 마냥 붕 뜬 기분으로 화장실 욕조에 뜨끈뜨끈한 물을 담고 앉았습니다.


비록 온천은 아니지만 뜨끈한 물이 너무너무 좋은 이 아늑한 욕조에서 방해 없이 반신욕을 하며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매달리는 아이들 없이,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 없이 말이지요~


점심 전, 온천에서 실컷 놀고 배가 고프다고 돌아온 아이들과 신랑이 밥을 챙겨 먹고 다시 온천으로 향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며, 저희 신랑이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이런 말을 남기며 사라집니다.

"김수연의 계략에 빠져들었어."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한참을 웃었습니다.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고 슬펐는데, 이런 타이밍이 저에게 큰 선물을 준 듯하여 이 소중한 시간이 참 감사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코로나 걱정으로 가득하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갈 내일을 위해 오늘 잠시 숨을 돌리며 이 휴식의 단맛에 취해보렵니다.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아침을 먹은 뒤, 산책을 나왔습니다. 호수를 끼고 산책을 했습니다.
이곳 해리슨 온천의 물이 나오는 곳이랍니다. 물이 나오는 곳은 엄청 뜨거운데 바로 옆, 산에서 흘러 내리는 물은 추워서 꽁꽁 얼어있는 대조적인 모습이 인상 적입니다.
산을 타고 조금 올라보니 호수의 모습이 더 잘보입니다. 네.. 이곳은 강이 아니라 호수랍니다.
썰물이라 물이 빠진 모습입니다. 중간의 푸른 숲은 호수 가운데 위치한 섬입니다.
이 곳 공원의 지도입니다. 지금 보이는 호수 근처에 있는 온천입니다. 위에 보이는 섬의 이름은 에코 아일랜드 입니다. 호수의 제일 남쪽에 위치한 섬이지요.

호수를 바라보며 이 곳의 물의 나라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Harrison Hot Spring resort 앞 모습입니다.
앞에 보이는 것은 따로 떨어진 웅덩이입니다.뒤에 보이는 곳이 호수입니다. 여름에는 아이들 데리고 따로 떨어진 웅덩이에서 물놀이 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 시즌이 아니라 참 한산합니다

세 번째로 방문한 이 곳은 언제 와도 참 좋습니다. 작은 동네라 30분만 걸어도 다 볼 수 있습니다. 시어머님 모시고 온 첫 번째 방문, 친정 부모님 모시고 온 두 번째 방문도 좋았지만, 이리 가족끼리 오니 또 좋네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제 제법 커서 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더 좋은 듯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캐나다 속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