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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모드 May 30. 2020

두 명의 남자

어떤 남자가 좋을까?



제목만 보고 요즘 얘가 썸을 타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슬프게도 그건 아니고....! 내 남자가 아닌 두 명의 ‘남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A는 결혼 5주년을 기념해 아내에게 명품백을 선물했다. 본인 월급에 비해 굉장히 고가이기에 너무 무리를 한 게 아닐까 싶은 가방이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혼을 내주는 것이 나의 직업이기에 혼 좀 나야겠다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그의 말에 내 마음은 눈 녹듯 녹아버리고 말았다. ‘결혼할 때부터 아내에게 좋은 가방을 하나 선물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5년간 조금씩 돈을 모았습니다.’ 와, 너무 감동이었다. 아마 많은 남성분들이 신혼 첫날밤 그와 비슷한 다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다 보면 그 다짐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초반에는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돈을 모으다가도 중간중간 아내와 싸우거나 본인에게 너무 갖고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이 돈을 써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결혼 기념일에 명품 가방을 선물한 남편이라서 감동을 받은 게 절대 아님을 알아주길 바란다! 가방이 됐든 여행이 됐든 편지가 됐든...아내를 위해 5년이라는 시간동안 무언가를 준비했다는 것이 감동의 포인트. 매 달 아내를 떠올리며 돈을 모아왔을 남편의 그 마음이 너무나도 예뻤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준다는 것, 그 것보다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B의 아내는 보험 하나 없는 남편이 무척이나 걱정된다. 얼마 전 대장암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인 시아버지를 보니 걱정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암보험 하나라도 가입하자고 남편을 설득한 그녀에게 B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당신은 내가 아프길 바라는거야? 스트레스 안받고 안아플 생각을 해야지 왜 아플 생각을 하는거야?’ 물론 그의 말도 맞다. 아파서 보험금을 타는 것보다는 아프지 않은 것이 가장 좋은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정말 ‘우리 남편 아파라, 꼭 아파서 보험금 받아라.’ 라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한 것일까? 그 누구도 사랑하는 가족의 아픔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만약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족의 건강 걱정보다 돈 걱정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되기에 그런 제안을 한 것인데, 남편은 꿋꿋하게 절대 안된다는 의지를 밝힌다. 1%의 확률도 나에게 오면 100%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험의 본질적인 의미는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한 것임을 정말 모르는 것인지. 고구마 백개 먹은 마음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씻어 내렸다.



나는 지금 남편 B와 그의 아내가 논쟁을 펼치고 있는 카페에 앉아 남편 A의 사연이 적힌 책을 읽고 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보며 다큐멘터리 감독 은정의 남자친구가 정말이지 완벽하고도 완벽한 최고의 남편감이라 생각했고, 드라마에서조차 그런 남자는 죽여버린다는 사실에 슬픔과 분노를 금치 못했는데, A와같이 완벽한 남편은 역시나 책에만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부디, 나의 배우자는 나를 선택한 그 순간부터 눈 감는 그날까지, 아니 눈 감은 그 이후에도 항상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길! 왜냐하면 내가 그럴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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