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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모드 Mar 16. 2019

삶과 죽음에 대하여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일. 삶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모든 존재가 반드시 겪게되는 일. 그 건 바로 죽음이다. 저마다의 방식대로, 가치관대로,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되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이 죽음이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부정하고 싶다고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외면하고 싶다고 외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왜 그랬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기 전 동생을 안아주며 ‘너는 나보다 오래 살아야돼! 일찍 죽으면 안돼!’ 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겨우 예닐곱살 꼬마가 무엇을 알아서 그런 말을 했던 건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초등학교 3학년 여름엔 옆 반 친구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두 학급만 있는 작은 학교여서 같은 반은 아니어도 친근한 친구였는데, 갓 열살이 된 내가 겪기엔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 사고를 계기로 우리 학교 앞에는 육교가 지어졌다.


중학교 1학년 여름엔 우리 초등학교 근처 유원지에 큰 수재가 일어났다. 나는 이미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후라 피해는 없었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수재민 대피소에 모여있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부모님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뉴스를 보던 중 갑작스런 물난리와 산사태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은 학교 후배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냥 밝고 까불이같던 후배가 병상에 누워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내 상황이 안타까워서, 아직 어린 소년에게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빼앗아간 하늘이 원망스러워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고등학교 때는 친할머니, 고모부, 외할머니가 차례로 돌아가셨다. 외할머니와는 초등학교 6학년 까지 함께 살았는데, 받은 사랑에 비해 해드린게 없어서 늘 마음에 걸리고 죄송한 마음 뿐이다. 아직도 마지막으로 본 할머니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호흡기를 끼고 숨을 헐떡거리며 누워계시던 할머니, 못난 행동만 한 손녀지만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며 손을 꼭 잡아주시던 나의 할머니.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보내드린게 너무나 후회스럽다. 하늘나라에서 우리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니 꿈에라도 만나볼 수 있다면, 할머니가 나에게 그랬던 것 처럼 많이 많이 업어드리고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얼마 전 친구 동생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잘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랍고 비통한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우리는 언제나 부모님과 이별하는 순간을 상상하며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마음의 준비도 조금씩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형제 자매와의 이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더 충격적이었다. 그 어떤 말로도 친구의 마음을 위로할 순 없겠지만, 아주 작고 가난한 마음일지라도, 친구와 친구 동생이 생각날 때 마다 기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디 아픔과 고통 없는 그 곳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길.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고, 죽음을 잘 준비해야 현재를 잘 살 수 있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나의 마지막 순간이 후회로 남지 않도록, 아프고 고통스러울 순 있겠지만 그래도 참 행복한 삶이었다 생각할 수 있도록, 그렇게 내 인생과 웃으며 이별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표현하며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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