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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ory Jul 21. 2024

강둑에 묻은 약속

친구 Y와 함께 걸은 마지막 길


거친 바람 불어 가을 하늘 맑은 날

낙하산 병사들이 창공에서 빙글빙글 내려올 때

너는 웃으며 말했지

미약하나마 너를 위해 준비했어


강 따라 소리 없이 흐르는 바람에

차가워진 웃음소리는 저만치 날아가고

물 위로 남겨진 흩어진 기억들

나무 사이 흙길 위로 날리는 우리의 추억


나는 아직 믿지 못해

십일월 강물 따라 사라진 시간

너의 웃음소리

너의 슬픈 얼굴


높다란 둑에 갇힌 강은 말없이 흐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해

나의 눈길은 길게 이어진 둑길에 머물고 

너의 눈길은 강 건너 아지랑이 속으로 흩어져


다시 말해줄 수 있나

함께 걷자는 길들의 이름을


먼저 잊기로 했나

다시 걷기로 했던 그 길을


쓸쓸해진 얼굴에 아련한 미소가 번지고

마음으로 나누었던 약속은 강둑에 묻어둔 채

너를 두고 돌아서야 했던 아쉬운 그날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사라진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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