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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경북 영주 부석사

2024년 가을 중부지방 여행 이야기

by memory 최호인

1.


부석사는 충남 서산시에도 동명의 사찰이 있으니, 무량수전이 있는 부석사는 서산에 있는 부석사와 구별해서 ‘영주 부석사’라고 말하면 좋겠다.


부석사는 유명세에 비해 사찰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영주 부석사는 유명세에 비해 조금 가파르고 비좁은 산비탈에 있었다. 유명 사찰이 대체로 넓은 평지에 지어졌는데, 이 사찰은 산지에 지었기 때문에 건물의 배치마저 색다르게 보였다. 주차장에서 사찰로 올라가노라면, 먼저 회전문을 지나, 범종각을 통과한다. 이어 법당, 안양문과 무량수전 차례로 이어진다. 이런 배치는 화엄경의 질서와 세계관을 반영한다고 한다.


부석이란, ‘땅에서 뜬 돌’을 의미한다.


옛날에는 혹시 정말로 뜬 돌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현재 모습은 부석이라기에는 좀 과장이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내 눈에는 넓적한 큰 바위가 다른 바위 위에 있어서 흙에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바위 일부가 돌출되어 보이는 것에 불과했다.


부석사 창건에는 선묘라는 여인에 얽힌, 국경을 초월한 비련의 설화가 있다.


의상이 당나라에 유학을 갔을 때, 그를 사모하던 선묘라는 여인이 있었다. 하지만 의상은 승려라서 끝내 선묘의 애정을 거절했고, 의상이 신라로 귀국하자 선묘는 바다에 몸을 던져 용이 되어서 의상의 귀국 뱃길을 안전하게 지켰다고 한다. 이후 의상이 부석사를 창건할 때 지역의 도적떼들이 이를 방해하자, 선묘가 큰 바윗돌이 되어서 하늘을 떠다니며 도적들을 물리쳤다. 그 바윗돌이 부석사 뒤뜰에 잇는 큰 바위인데, 지금도 땅에 살짝 떠 있어서 바위 밑으로 줄을 넣으면 통과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절 이름이 뜰 부(浮), 돌 석(石)을 써서 부석사라고 전한다. (나무위키)


그러니 이 설화에 따르면 부석사는 부석을 기념하여 그 옆에 창건되었다는 말인데,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아무렴 돌을 보고 사찰을 만들었을까. 아마 사찰을 짓는 곳에 신기해 보이는 돌이 있어서 돌과 사찰의 이름까지 그렇게 짓고 누군가 거기에다 사연을 섞어 넣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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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의상대사가 세운 화엄종 사찰이다. 그런데 무량수전 앞에 있는 석등은 무량수전에 앞서는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 이 석등은 국보 제17호다. 무량수전은 1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시대에 석등은 부처님의 진리를 내비치는 광명등 역할을 했으므로 본전 중앙 앞에 놓이지만, 조선시대에 이르면 석등이 두 개가 되어서 광명등이 아니라 조명시설로 전락했다.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은 사진에서 보는 그대로다.


배흘림기둥이란 목조건축에서 중간 부분의 직경이 크고 위아래로 갈수록 직경을 점차 줄여 만든 기둥을 말한다. 자세히 보면 지면에서 3분의 1 지점이 가장 굵다. 배흘림 정도는 시대에 에 따라 또 건물에 따라 차이가 있다. 현존하는 건물 가운데는 조선시대보다 고려시대 건물에서 흘림이 강하다. 강릉에 있는 임영관 삼문에서 배흘림이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서 배흘림기둥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이어진다. 현존하는 건물 중에서는 고려시대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수덕사 대웅전, 강릉객사문 등과 조선시대 대부분의 정전건물에서 나타나며 팔작지붕보다는 맞배집에서 흘림이 강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배흘림기둥은 시각적 효과를 위해 실제 형태가 왜곡되도록 만든 기둥이다. 배흘림기둥으로 만든 이유는 멀리서 봤을 때 기둥이 안쪽으로 굽어 보이는 착시 현상을 방지하여 건물을 안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중일 삼국 가운데서는 한국에만 남아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가령, 고대 그리스 건축에도 배흘림기둥 기법이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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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석사에 관해 조사하여 자세히 설명하면 너무 길어지므로 생략하고 주로 사진을 감상하는 게 낫겠다. 다만, 내 눈에 특이한 사항 몇 가지만 소개한다.


먼저, 무량수전은 원래 입식용 건축이었다는 것.


고려시대에는 중국처럼 실내에서 입식생활이 일반적이었고, 그것이 무량수전에도 반영되었다. 조선시대에 좌식문화가 일반화되면서 무량수전 바닥에도 나무를 깔아 사람들이 절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무량수전은 서방극락세계를 뜻한다.


이와 아울러 무량수전 내부에 있는 소조여래좌상(국보 제45호)은 동쪽을 바라보는데, 불단은 서쪽을 바라본다. 또한 법당은 남쪽을 바라본다. 법당과 불상이 같은 방향을 보는 것에 익숙한 나는 그 점이 매우 특이하게 보였다.


세 번째는 누하진입.


누각 아래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안양루 바닥이 낮아서 무량수전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낮추면서 들어가게 된다. 극락으로 가려면 그렇게 고개를 빳빳이 들지 말고 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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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안양이 왜 안양인지 알아?”

“안양이 무슨 말이냐 하면…”

부석사를 나오면서 혁국은 계속 ‘안양’의 의미에 관해 뭔가 설명하려고 했다.


그의 설명은 이런 뜻이었다. 극락. 즉 불교용어인 '안양'은 마음을 편안히 하고 몸을 쉬게 한다는 뜻이라 극락을 말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있는 안양이라는 도시명도 그런 의미로 지어졌을 것이다.


실제로는 안양이라는 시명은 그 지역에 안양사라는 절이 있었던 데서 비롯된 것인데, 안양사의 안양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딱히 귀 기울여 듣는 사람도 없었고 별로 특별하다고 할 만한 내용도 아닌데 혁국은 안양의 의미에 관해서 여러 번 설명했다. 나는 속으로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인가 했다. 그래서 안양이 무슨 뜻인지는 확실하게 기억하게 됐다.


극락이든 천국이든, 모두 지복의 세계다.

고통과 비애가 뒤섞인 현세와는 차별되는, 죽어서나 갈 수 있는 염원의 세계를 상상하여 붙인 이름들이지만 그 근본은 같아 보인다. 그것이 종교의 성립과 존재이유이기도 하고.


그런데 인간은 그런 것이 있다는 개념과 상상력을 동원했으면서도, 그곳으로 가는 방법은 사실은 잘 모른다. 그래서 정말 그런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회의할 수밖에 없다.


지복의 세계로 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 아니, 저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해왔지만, 아직도 그것은 명확하지 않다. 확신을 가지고 말했던 사람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정말 그 말이 맞는가 회의적일 때가 많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헷갈리기도 한다. 그렇게 헷갈리도록 만든 것이 조물주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냥 착하게 산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뭔가를 진심으로 믿는다고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며, 뭔가를 하라는 대로 해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저마다 말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환경과 조건이 다르고 생각과 사상이 다르다.

지상에서 우리에게 동일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과연 지복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하나’이고 하나의 길만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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