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 여행 이야기
그로부터 한 주일 내내 나는 방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내가 한국에 간 줄로 알고 있었다. 날마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는 동안에 나는 방안에 있었는데, 여전히 딱히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지도 없었고 어떤 계획도 떠오르지 않았으며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여행을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갈까.
나는 결정장애증에 걸린 사람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한국은 기록적으로 더운 여름을 지나가는 중이라는 뉴스를 들었지만 뉴욕은 상대적으로 시원한 여름이었다. 창문들을 열어둔 채 에어컨도 거의 틀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이윽고 여름이 서서히 끝나가고 머지않아 가을이 올 것만 같았다. 나는 무기력하게 앉아서 창문 밖으로 말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한국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울로 온다고 하더니 어떻게 된 거냐고.
친구들은 정부가 국군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바람에, 10월 초에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져서, 어떤 사람들은 많게는 한 주 내내 일을 쉰다고 말했다. 따라서 먼 지방으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영업을 하느라 한 주에 6일간 일하는 교회 친구는 10월 초에 시간을 낼 테니 함께 하동으로 여행을 가자고 했고, 대학 친구인 혁국은 전화 통화에서 처음으로 2박 3일 여정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전에 그와 갔던 여행은 모두 1박 2일 여행이었기 때문에 하루 더 여행한다는 게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들과의 대화는 잔잔했던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나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같은 여행 계획이 조금씩 구체화되면서 나는 새삼스럽게 한국 여행의 희망을 갖고, 서울에 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적어도 첫 한 주의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여행을 위한 최종 결론에 이르렀다. 마치 그런 과정과 결정으로 별도리 없이 끌려가야 하는 마법이나 되는 것처럼.
‘그래 이제 한국에 가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일단 가보자.’
친구들과 대화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뉴욕을 떠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차마 움직일 수 없었던 가련한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그렇게 아주 작은 대화들이었다.
또다시 마음이 변할까 두려워서 나는 즉각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가방은 일주일 전에 싸 두었던 그대로 방안에 있었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출발했다면 예약 취소 벌금도 없이 저가 예매로 구매했던 티켓을 이용하여 수백 달러를 아꼈겠지만, 또 여행 기간도 한 달이 아니라 한 달 반으로 두 주간이나 더 길었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는 아직 희미하고 작지만 새로운 빛을 보고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을 다짐하면서 생각했다.
한국에는 친구 Y 말고도 다른 친구들이 있다고.
내가 여전히 만날,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고.
거기에는 아직 내가 봐야 할 사람들과 경험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설사 나를 봐주는 사람이 없다 해도 거기는 내 고향이라고.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너무 늦기 전에 친구 Y의 무덤을 찾아가야 한다고.
그의 무덤 앞에 가서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가 먼저 약속을 어기게 된 것을 따지며
다시는 함께 걸을 수 없게 먼저 가버린 그의 야속함을 실컷 비난하고
마침내 슬퍼하고 실컷 울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