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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의 뒷이야기 3

2024년 가을 여행 이야기

by memory 최호인

1.


송강정에서 옆으로 가면 김상헌 (1570~1652)의 생가터가 있다. 김상헌은 병자호란과 정묘호란 시기에 척화대신으로 유명하다.


그는 1623년 인조반정 이후 서인 청서파의 영수가 되었다. 1627년 정묘호란이 발생했을 때 그는 명나라로 가서 구원병을 청하였고 돌아와서는 후금과 화의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는 인조와 함께 남한산성으로 피했다가 끝까지 주전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인조가 항복하면서 주화파인 최명길이 작성한 항복문서를 찢고 통곡했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김상헌 역을 김윤석이, 최명길 역을 이병헌이 맡았다. 나는 그 책을 먼저 읽고 영화는 나중에 보게 되었는데 둘 다 매우 감명 깊었다. 역사의 비극적 상황에서 위정자에게 필요한 선택과 결단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들이다.


임진왜란에서 병자호란까지의 역사를 생각하면 언제나 선조와 광해군과 인조, 그리고 당대에 비현실적 이론에만 몰두하고 국제정세에 몰지각하면서 고통받는 민중을 도외시했던 정치인들과 관료들과 지식인들에 대한 당혹감과 적대감이 함께 떠오른다. 당대 중국과 일본 상황 나아가 세계적인 변화를 참고할 때, 조선에서도 임진왜란 후에 나라가 완전히 바뀌었어야 할 듯한데, 이 씨 왕조가 그대로 유지되었던 것은 불가사의하고 아쉽게 느껴진다.


김상헌(1570-1652)은 소위 ‘삼전도 굴욕’으로 알려진, ‘정축하성’ 때 인조를 따라가지 않고 명나라와의 의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은퇴했다. 또한, 1639년 청나라가 명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요구한 출병을 반대했다가 이듬해 12월 심양으로 압송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결국 그는 후금이 청나라로 발전하던 시기에 국제정세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한 채 줄곧 친명 정책을 부르짖은 셈이다.


나는 당대 조선의 관료와 지식인이 재빨리 명을 버리고 청 밑으로 기어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에 조선의 몰락은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16세기말에 이르러 마침내 일본의 대군이 바다를 건너 조선을 침공하고 그들에 의해 조선이 초토화되고 식민지로 전락하는 위기상황에서마저 조선의 수구적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시대착오적인 이론에 집착했다. 그들은 중국 대륙이 뒤바뀌는 상황에서도 국가의 실리와 민복을 잊은 채 철 지난 의리와 명분에만 충실하고자 했다. 그러한 우둔한 선택과 수구적 아집의 결과, 조선은 엉뚱하게도 사라진 명나라의 중화사상을 이어 받았다는 의미로 '소중화(小中華)'를 외치면서 스스로 몰락과 후퇴를 자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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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기서 길 건너편으로 청와대 사랑채가 있다고 혁국이 말했다.

그러나 비 내리는 거리를 차마 건너가서까지 볼 의지는 없었다.


사실 나는 청와대 사랑채가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다. '사랑채'라는 말만 듣고 손님을 접대하는 곳인가 생각했을 정도다. 그래서 굳이 꼭 가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청와대 사랑채 웹사이트를 보니, 그것은 “청와대 주변 및 한국 전역 관광을 여행도서관 콘셉트로 전시한 만남과 소통의 문화공간”이었다. 그러니까 청와대 사랑채는 현재는 한국관광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간이 많았다면 들어가 보았다면 좋을 곳이다. 전국 여행 관련 도서 및 콘텐츠가 전시되어 있고, 미디어아트실과 카페와 전망대도 있다고 한다. 나중에 다시 와 봐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다. 청와대 사랑채라고 부르지만 청와대나 대통령 관저나 대통령 업무공간 개념과는 관계가 없고 실제로 청와대와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 그래서 나처럼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청와대 사랑채라는 이름만 들으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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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드디어 진짜로 청와대.


우리는 비 오는 거리에서 영빈문 앞으로 갔다. 거기가 청와대 들어가는 곳인가 했더니, 그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거기서 동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서 청와대 본관이 멀리 보이는 넓은 입구로 들어섰다. 입장료는 없고, 미리 예약하면 입구에서 확인 후에 통과할 수 있다. 나는 비에 젖어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을 느끼면서 언덕길을 올라 청와대 본관에 들어섰다. 빗물에 완전히 젖은 운동화에서 물이 밟혀 찔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청와대 본관은 그냥 큰 연회장처럼 느껴질 뿐 특별한 것은 없어 보였다. 우리는 본관 내부를 빠르게 돌아보고 나왔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대통령 관저가 나온다. 비 내리는 마당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언덕길을 내려와서 여민관을 통과하면 끝이다. 우리는 별 감흥도 느끼지 못한 채 청와대로로 나왔다.


청와대에 관해서는 딱히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다. 빗속을 뚫고 다니느라 약간 지치기도 했지만, 청와대를 들어가 보았다고 해서 딱히 떠오르는 감흥도 없었다.


한국인 열 명 중 한 명 이상은 이미 청와대를 방문했다고 한다. 이승만부터 문재인까지 역대 대통령이 머물렀던 곳이라 약간 신비롭게 느껴져서 그렇지 내 눈에는 그냥 매우 넓은 집인 듯해 보였다.


장소가 너무 넓어서 다니기에 불편한 곳.

권력이 너무 집중되어서 마음이 불편한 곳.

일반 국민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외롭고 심심한 곳.

흔히 신비한 구중궁궐이라고 불리는 곳.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지나치게 내리는 비 때문에 혁국과 나는 이미 바지 밑단과 신발이 싹 젖은 상태였다. 내 신발 윗부분은 메쉬 모양이라 신발 속으로 물이 스며들었다. 숙소에 다른 신발이 있었지만 그 신발도 사흘 전에 내렸던 비에 젖어서 숙소에 둔 채 말리고 있던 중이다. 작년과 달리 시월에 비가 이렇게 자주 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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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나온 우리는 곧바로 경복궁 우측에 있는 학고재에 들렀다.

마침 제주 4.3 범국민위원회가 주최한 듯한 4.3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림들은 의미가 크지만, 전시장은 매우 작았다. 거기서 챙긴 4.3 기념 미술 소품들을 나중에 상국과 재관에게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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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MDBgOyEN2OU

Acapella Soul - Stankd by Me


https://www.youtube.com/watch?v=FkTi9T7Tg_w

Acapella Soul - The Lion Sleeps To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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