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여행 이야기 7 (부제: 멀어질수록 그리워지는 원리)
1.
가까이 있던 사람들도 멀리 떨어지면 서로 멀어진다. (Out of sight, out of mind.)
경험해 본 사람은 더 잘 안다. 안 보면 점점 멀어지는 것.
이런 현상은 서로 공통의 경험이 충분히 쌓여 있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서로의 기억이 충분하지 않아서 딱히 추억할 거리가 많지 않을 때 멀리 떨어지면, 떨어져서 서로 자주 볼 수 없게 되면, 서로 잊히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것이다. 소통 단절과 무시가 진행되고 서로의 감정은 소원해진다.
그런데 공통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도, 마치 피천득의 ‘인연’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사연처럼, 시간이 지나도 날카로운 기억이 잊히지 않고 오래 유지될 때도 있다. 그런 기억은 꾸준히 살아 있고 소통부재를 뛰어넘으면서 존재하고 서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상대방과 얽힌 사연은 지워지지 않고, 뚜렷하게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2.
높다란 크레인타워의 작동은 지레의 원리에 기초한다. 지레의 원리는 평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조금 더 형식적으로 설명하면, 지레의 원리란, 힘점과 받침점 사이 거리의 곱과 작용점과 받침점 사이 거리의 곱이 같다는 원리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적은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지레는 힘점 (사용자가 힘을 가하는 지점), 받침점 (지레를 고정하는 지지점), 그리고 작용점 (힘이 물체에 작용하는 지점)으로 구성된다.
지레의 원리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F X D = f X d
(F는 힘점에 있는 물체(힘), D는 해당 물체로부터 받침점까지의 거리, f는 작용점에서 누르는 물체(힘), d는 받침점부터 작용점까지의 거리.)
3.
이렇게 지레의 원리를 밝힌 것은 서울과 나와의 거리와 감정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받침점으로부터 매우 멀어졌다. 약 1만 1천 킬로미터 거리다. 그래서 자칫 잊히기 쉬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리움이 깊어질 수 있다. 그 그리움의 깊이는 지레의 원리와 같다. 받침점으로부터 힘점까지의 거리가 길어짐으로써 작용점 위에 있는 물체와 대상에 가해지는 그리움(힘)은 더욱 커진다.
그런 원리에 기초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대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졌고, 그럴수록 그리움은 깊어간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그리움과 기억을 아름답게 키우고 간직하는 것이다. 식어가는 우리의 마음과 몸뚱이를 지탱하면서 열기를 주는 그리움!
하여, 오늘 나에게 그리움은 거리에 반비례한다.
즉, 멀어질수록 그리움은 커지고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