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여행 이야기 13
(이번 글은 앞서 올린 '아라타워전망대와 청라 드림파크를 찾아서'를 잇는 후속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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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영종도 바로 위쪽 서해바다에서 시작되는 아라뱃길을 위한 수로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옆을 따라 길게 이어지다가 굴현대교를 지나면 북서쪽으로 약간 휘어지며 결국 한강에 이르게 된다. 수로가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아라김포여객터미널이 있다. 아라인천여객터미널 앞에 서해갑문이 있어서 수로로 유입되는 바닷물의 움직임을 통제한다.
혁국은 또 열심히 차를 몰고 가더니 아라마루전망대에 도착했다. 아라마루전망대는 인천여객터미널과 김포여객터미널의 중간쯤에 있다. 이 멋진 전망대에서 보면 아라뱃길이 사뭇 직선처럼 쭉 뻗어 보여서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곧게 뻗은 수로 옆으로 검붉은 자전거길이 보였다. 그야말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축복하기 위한 길인 듯하다.
‘아라’는 바다를 뜻하고 ‘마루’는 하늘 또는 으뜸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라’가 표준대국어사전에 없다면서 ‘바다’를 의미한다는 주장이 가짜라는 설도 있다. 차라리 ‘아리랑’에서 따온 말로 이해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한편, ‘아라’가 ‘아래’를 뜻한다는 주장도 있다.) 만약 아리랑에서 따온 단어로 이해해서 ‘아라마루’라고 부르면 그건 또 무슨 뜻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냥 ‘바다’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해서 이름을 그대로 풀어 보면 ‘바다하늘전망대’가 된다. 바다와 하늘을 보는 전망대라고 한다면, 하늘은 그렇다고 치고 수로에 들어온 물을 보고 바다라고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전망대에서 서해바다가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라마루전망대는 둥근 원 모양으로 수로 위 허공에 떠 있다. 아무 기둥도 없는 전망대 바닥에 유리가 있어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든다. 겁이 많거나 고공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감히 선뜻 그 유리 바닥 위를 걷기조차 어려울 듯하다. 그 유리 바닥을 내려다보면 수로에 흐르는 물과 수로를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이 뚜렷학 보인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속으로 감탄을 하면서 전망대로 올라섰다. 서쪽을 보니까 노란 해가 지는 모습이 보였다. 기울어진 햇빛이 아라뱃길 수로 물 위에서 긴 줄로 다가서면서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혁국은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 주기 위해서 일몰 시간까지 고려해서 이곳으로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이면서 망연히 붉은 노을을 바라보았다. 수로 바로 위에 해가 낮게 떠 있었고 수로 양쪽 대지는 그 빛의 역광을 받아 거무스름해 보였다.
걸음을 약간 옮겨서 동쪽 하늘을 보면 여전히 파랗고 하얀 구름이 떠 있는 늦은 오후 같았다. 묘하게 대조되는 하늘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수로를 따라 먼저 하얀색 목상교가, 그 뒤에는 다남교가, 더 멀리에는 게양대교가 보였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우리는 전망대 난간에 서서 하염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다시 돌아와서 서편 하늘을 보니까 붉은 노을에서 쓸쓸함이 뚝뚝 떨어지고 잔잔한 수로에는 가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윽고 내가 저녁노을을 보면서 물었다.
‘이렇게 수로가 아름다운데 자전거만 다니고 유람선은 안 다닌단 말이냐?”
“글쎄, 예전에는 유람선이 가끔 다녔었지. 승객들이 식사하는 동안 러시아 무용수들이 공연도 했다고 하던데.” 혁국이 대답했다.
7.
나중에 조사해 보니까 혁국이 말한 유람선 풍경은 11년 전의 이야기였다. 아라뱃길 유람선 노선은 2012년부터 약 2년간 운행되었으나 2014년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에 중단됐다.
그러나 2025년 가을에 11년 만에 이 유람선 노선이 재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여의도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 도착하는 아라뱃길을 주요 노선으로 하고, 승객 800명까지 탈 수 있는 1천 톤급 유람선이 운항될 예정이다. 이 유람선 노선은 이후에도 서해 덕적도까지 편도 4시간 정도로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요즘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운항시키기 위해서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애써 개통시키려는 한강버스는 운항 중 고장이 나거나 배 바닥이 강바닥과 닿는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아직까지도 문제가 많아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강버스는 마곡에서 잠실까지 일곱 개 선착장을 건설하면서 수상대중교통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됐지만 여러 문제에 부딪혀 도대체 신통치 않아 보인다. 만약 한강버스 노선이 잘 운영되면 마곡을 넘어서 김포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한강버스 운항을 위해 강바닥을 파내는 등 각종 관리운영비가 드는 것도 문제지만, 승객 입장에서 느끼는 큰 문제는 한강버스 탑승비가 지하철 요금보다 비싼 3천 원이라고 한다. (한강버스 운항에서 적자가 쌓이면 누가 또 그것을 메꿀 수 있을까도 벌써 걱정된다.) 게다가 마곡에서 잠실까지 한강버스를 타고 오면 두 시간이나 걸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강버스가 고장 나거나 전복되는 비상 사고에 대한 대비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 승객이라면 한강버스를 타느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것이 싸고 빠르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유람선을 위한 것이라면 애초부터 한강버스 계획이 다르게 수립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획기적인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강버스는 이러다가 교통버스가 아니라 또 하나의 한강 유람선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의 명예와 지위를 위협하는 각종 문제들과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수상교통 증설에 참 열심이다. 이미 무산된 듯하지만 광화문광장에 엄청난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만들려던 계획, 또 광화문광장에 한국전쟁 참전국들을 위한 ‘감사의 정원’을 조성하는 계획, 종묘 앞 세운상가 재개발을 위해 거대한 고층건물을 건설하려는 계획 등도 모두 엄청난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런 일을 할 때 미리 여론을 조사해서 하는 것일까. 다시 정주영 회장의 말이 떠오른다. "니 돈이면 그렇게 쓰겠냐.")
아라마루전망대에서 나온 우리는 부천으로 돌아갔다. 금요일 오후 퇴근길이라 교통체증이 심했다. 그러나 무사히 부천에 도착한 우리는 작년에 갔던, 칸막이가 있는 ‘경양식당’ 스타일의 호프집으로 다시 가서 치맥을 즐기면서 뒤풀이를 했다. 꽤 길고 즐겁고 의미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