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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an 30. 2021

서늘함 - 신달자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주소 하나 다는 데 큰 벽이 필요 없다
지팡이 하나 세우는 데 큰 뜰이 필요 없다
마음 하나 세우는 데야 큰 방이 왜 필요한가
언 밥 한 그릇 녹이는 사이
쌀 한 톨 만한 하루가 지나간다.


서늘함  - 신달자


살다 보면,

그 많은 짐들을 어쩌려고 이리 다 지고 왔나 생각이 들 때 가 있습니다.

만일 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였다면 진즉에 무릎이 다 부서져 버렸을 겁니다.

몇 년 전 이사를 하면서 비운다 버린다 호들갑을 떨면서 비워냈으면서도, 문득 돌아본 오늘 여전히 사방은 꽉 차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간이 필요해 바라보니, 사방에 가득한 물건들만 보입니다. 도대체 저 물건들은 발이 달린 건지 어느새 스멀스멀 자리 잡아 집이 물건의 집이 되는가 봅니다.


신달자 님은 인생은 언 밥 한 그릇 먹으며 쌀 한 톨만 한 공간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아직 삶의 내공이 부족한 저로서는 공간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마음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털어내자 비워내자 마음먹고 살짝 넓어진듯한 마음에, 살짝 여유 있어진 듯한 마음에 흐뭇해하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엔 이 생각 저 생각 날아와 박히고, 이 미움 저 욕심 때 타듯 붙어버려 나도 모르게 마음 주머니도 빡빡해져 버렸습니다.

또 때가 되었나요,

집안의 물건도 털어내 버리고

마음 주머니의 먼지도 털어내 버려야 할

또 그때가 되었나 봅니다.

언제쯤이면 이리 털어내지 않아도 마음 하나 세우고 쌀 한 톨 입에 머금어도 편안할 그런 날이 올는지요.


세상 걱정 잠시 접고 방이나 청소하러 움직여야 하겠습니다

세상 모든 마음들의 평화로운 여유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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