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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Feb 04. 2021

쉰 - 김수열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줄 알았다
설운 서른에 바라본 쉰은
너무 아득하여 누군가
손잡아주지 않으면 못 닿을 줄 알았다
비틀거리며 마흔까지 왔을 때도
쉰은 저만큼 멀었다

​술은 여전하였지만
말은 부질없고 괜히 언성만 높았다
술에 잠긴 말은 실종되고
더러는 익사하여 부표처럼 떠다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몇 벗들은 술병과 씨름하다
그만 샅바를 놓고 말았다
팽개치듯 처자식 앞질러 간 벗을 생각하다
은근슬쩍 내가 쓰러뜨린 술병을 헤아렸고
휴지처럼 구겨진 카드 영수증을 아내 몰래 버리면서
다가오는 건강검진 날짜를 손꼽는다

쉰 - 김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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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귀는 열고
입은 닫으라 했는데
나이의 고개를 넘을 때마다
귀는 닫히고
말만 늘어갑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바뀌는 세상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저 지나온 내 이야기만 주절거리게 되는가 봅니다.
그런 게 올드해지는 거라 합니다
그런 게 나이 들어가는 거라 합니다

매일 청춘인 줄 알던 어느 날,
내 중얼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십 년이 흐르고
거기에 다시 십 년이 흘러있습니다.
거울 속엔
기억 속의 나는 어디 가고,
낯선 얼굴이 나를 들여다보며 중얼댑니다.


세상은 점점 들리지 않고
여전히 할 말은 늘어만 가는 오늘,
듣는 지혜를,
입 다무는 용기를,
기도해 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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