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 김수열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줄 알았다
설운 서른에 바라본 쉰은
너무 아득하여 누군가
손잡아주지 않으면 못 닿을 줄 알았다
비틀거리며 마흔까지 왔을 때도
쉰은 저만큼 멀었다
술은 여전하였지만
말은 부질없고 괜히 언성만 높았다
술에 잠긴 말은 실종되고
더러는 익사하여 부표처럼 떠다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몇 벗들은 술병과 씨름하다
그만 샅바를 놓고 말았다
팽개치듯 처자식 앞질러 간 벗을 생각하다
은근슬쩍 내가 쓰러뜨린 술병을 헤아렸고
휴지처럼 구겨진 카드 영수증을 아내 몰래 버리면서
다가오는 건강검진 날짜를 손꼽는다
쉰 - 김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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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귀는 열고
입은 닫으라 했는데
나이의 고개를 넘을 때마다
귀는 닫히고
말만 늘어갑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바뀌는 세상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저 지나온 내 이야기만 주절거리게 되는가 봅니다.
그런 게 올드해지는 거라 합니다
그런 게 나이 들어가는 거라 합니다
매일 청춘인 줄 알던 어느 날,
내 중얼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십 년이 흐르고
거기에 다시 십 년이 흘러있습니다.
거울 속엔
기억 속의 나는 어디 가고,
낯선 얼굴이 나를 들여다보며 중얼댑니다.
세상은 점점 들리지 않고
여전히 할 말은 늘어만 가는 오늘,
듣는 지혜를,
입 다무는 용기를,
기도해 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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