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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Feb 03. 2021

나팔꽃 - 정호승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한쪽 시력을 잃은 아버지
내가 무심코 식탁 위에 놓아둔
까만 나팔꽃 씨를
환약인 줄 알고 드셨다
아침마다 창가에
나팔꽃으로 피어나
자꾸 웃으시는 아버지


나팔꽃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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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나팔꽃으로 아버지를 불러보는 시인의 마음에 가슴이 짠해집니다.
처음 이 시를 만났을 땐  가슴 한편이 저릿했습니다.
이제 또 가만히 읽어보니 창가의 나팔꽃으로 피어난 아버지의 웃음이 더 크게 보이는 듯합니다.

아버지는 무슨 약을 드시려다 나팔꽃 씨까지 드셨을까요.
세월이 흘러 이젠 내 손에도 때론 나팔꽃씨가 들려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꽃씨를 먹으면, 그렇게 나도 아버지의 웃음처럼 창가에 피어날 수 있을까요.

나팔꽃으로 환한 웃음 지어볼 수 있을까요.


꿀꺽, 나팔꽃씨 한 알 삼켜보는 오늘입니다
꿀꺽, 저릿한 가슴 한쪽 쓸어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환한 웃음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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