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가득할 때 우울이 가득할 때 그 슬픔을 털어내도록 그 우울을 이겨내도록 우리는 교육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스스로의 검열에 한 점의 슬픔조차 한 줄의 우울조차 부끄러워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슬픔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우울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그것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만나지조차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렇게 소외당한 마음들은 그렇게 검열당한 감정들은 쌓이고 모여 군집을 이룹니다 결국은 그 감정은 슬픔으로 터지고 그 마음은 우울로 가라앉습니다.
우리의 이 마음들은 정당하다 합니다 우리의 이 우울은 당연하다 합니다 숱한 세월의 검열을 거쳤을 내 마음속 서랍을 가만히 열어봅니다. 저만치에 슬픔 두 보따리 저 구석에 우울 한 움큼 들썩거리지 않나 조심스레 도닥거려 봅니다. 발갛게 솟아오른 상처 한 획 가만히 보듬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