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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Feb 17. 2021

공부 - 김사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만요 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김사인 -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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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닐 때는 그렇게 공부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왜 배워야 하는지, 뭘 배워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어쩌면 그저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어렵던 미분, 적분은 내 인생에서 쓰이지도 못한 채 추억 속의 공부가 되어버렸을 겁니다.

이제와 돌아보니, 세상은 그 후회까지도, 그 고생까지도 모든 게 공부였나 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공부하며 살고 있나 봅니다.

시인은 이야기해줍니다
날이 열리고 저무는 일,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일,
새가 날고, 석양이 지는 그 모든 일이,
누군가 오고
누군가 가고
가슴이 울고
마음이 웃는 그 모든 일이
다 공부라고 말이죠.

매일매일이 공부입니다.
매일매일 깨닫고 알아갑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내 안에 나이테를 새기며,
다가 올봄에 아기 빛 연초록 잎 하나 피워내기 위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또 하나 배워가는 희망찬 오늘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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