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만요 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김사인 - 공부 ============================
학교를 다닐 때는 그렇게 공부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왜 배워야 하는지, 뭘 배워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어쩌면 그저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어렵던 미분, 적분은 내 인생에서 쓰이지도 못한 채 추억 속의 공부가 되어버렸을 겁니다.
이제와 돌아보니, 세상은 그 후회까지도, 그 고생까지도 모든 게 공부였나 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공부하며 살고 있나 봅니다.
시인은 이야기해줍니다 날이 열리고 저무는 일,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일, 새가 날고, 석양이 지는 그 모든 일이, 누군가 오고 누군가 가고 가슴이 울고 마음이 웃는 그 모든 일이 다 공부라고 말이죠.
매일매일이 공부입니다. 매일매일 깨닫고 알아갑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내 안에 나이테를 새기며, 다가 올봄에 아기 빛 연초록 잎 하나 피워내기 위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