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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Feb 16. 2021

노나메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노나메기 정신 :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을 위해.

백발이 성성한 머리, 검정 두루마기에 하얀 목도리를 두른 백기완 선생님을 처음 마주한 것은 거의 사십 년 전입니다.
사십 년 전이니 더욱 강렬한 그분의 목소리를 들으며, 심장 어린 제 손끝은 그저 눈물에 젖은 애꿎은 잔디만 뜯어내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까랑까랑한 선생님의 목소리는 내겐
사월의 바람과,
오월의 먼지와,
유월의 매캐한 최루탄의 눈물에
항상 오버랩됩니다.

세월에 변절하고,
세상에 흐려지고,
욕심에 드러나는,
세상을 스쳐간 숱한 민낯의 얼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같은 모습, 같은 목소리의 선생님께 더욱 감사했습니다.
 
목소리의 여전함 뿐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여전하고,
당신의 기개가 여전하고,
당신의 세상을 보는 눈이 여전하기에 더욱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제게 백기완 선생님은 한 마리 독수리였습니다.
가까이 하진 못했지만,  하늘을 나는 그 모습만으로도 하늘 언저리 한편은 든든해지는, 그런 독수리 같은 분이었습니다.
어제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들으며 ,
그렇게 비어지는 하늘 한편,
그렇게 흐려지는 세상의 그늘 한 모퉁이,
그렇게 조용해지는 세상의 광장 한편에 마음이 서글퍼집니다.

큰 마음을 이야기하여 주시던,
검은 날개의 독수리 한 마리 기억하는 날입니다.
선생님의 노나메기 정신을 생각해보며 세상 모든 낮은 곳의 뜨거운 희망을 응원해 봅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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