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나무를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나무학교 - 문정희 -=========================
몇백 년을 살아온 고목이야 그 모습 자체로도 세월을 알려주긴 합니다. 하지만 산에 가득한 나무들은, 숲에 가득한 나무들은, 그 겉모습만 보고는 어느 나무가 더 오래되었는지 쉽게 가늠하기 힘듭니다.
나무들은 그 안으로 새겨진 나이테로 세월을 가늠해야 합니다. 나무는 그렇게 세월을 속에 새깁니다. 내가 더 나이 먹었네 주름으로 내세우지 않고, 내가 더 오래 살았네 큰 소리로 떠들지 않습니다. 그저 속으로 한 바퀴 한 바퀴 세월을 그려 담아냅니다. 더욱 놀라운 건, 나무들은 나이를 먹어도 해마다 또 새로운 잎을 피워냅니다. 새로운 열매를 맺어 냅니다. 지나간 세월의 꿈만 먹으며, 더 이상 공부하지 않고, 그간 배운 짧은 시간의 지식만을 떠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인은 나무에게 배웁니다. 나이 들어감에 대하여, 나이에 대하여, 안으로 깊어짐에 대하여 이야기해 줍니다.
또 하루를 시작하며, 나무를 생각해 봅니다. 내일 나는 어떤 잎을 피워낼 수 있을지 묵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