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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 이지원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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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을 깎다가 네가 생각나서 울었다.

발톱을 깎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난 사랑이 몽땅 다 서러워져서 울었다.


눈물을 훔치고 다시 내 발톱을 보다가, 이렇게 서러워도 목욕을 하고 발톱을 깎고있구나, 이렇게 아파도 눈을뜨고 아침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내가 좋아하는 신발을 신은 채 아주 오래걷고 아픔과 전혀 상관없는 정치 이야기를 하고 사랑 이야기를 하는 혹은 사랑이야기를 하지 않는 책을 읽고 평소보다 더 많이 달리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동안 울지않고 웃고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아파서 너덜거리다 헐거워지는 마음의 시간들이 자꾸만 줄어들다가 발톱을 깎는 시간보다도 더 짧아진다. 그런 생각에 피식 웃었는데 다시 눈가가 붉어지고 말았다.

너도 가끔 발톱을 깎다가 내 생각을 할까.


발톱 -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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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님의 시 발톱을 그려봅니다.

이별을 하면, 그렇게 찢어지는 가슴이 영원할듯 합니다.

그 시간에는, 시간이 치료해 준다는, 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아무 의미없는 조언이지요.

긴 밤을 눈물로 적시고

파란 하늘을 충혈된 붉은 눈으로 보내길 몇날, 몇 달, 몇해.

그 가슴에 딱지가 앉을 때,

그렇게 사랑은 시간으로 치유된다고 생각됩니다.


치유된것 같은 그 가슴이,

뜬금없는 어느 순간,

발톱을 깎다가 터져버립니다.

잊은 줄 알았는데,

다 나았는줄 알았는데 말이죠.


떠난 사랑은 그렇게 능소화 한 송이 떨어지듯

그렇게 무심히 나의 한 순간을 건드려 주나봅니다.


오늘 발톱을 깎다가

저는 이 시를 생각했네요.

여러분은 오늘 누구를 그리워하나요.

세상 모든 그리움의 윤슬같은 반짝임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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