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의 말 -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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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부드러운 저녁노을로, 봄날의 꽃들로, 여름날의 비로, 가을의 단풍으로, 한겨울의 흰 눈으로.
바람에도 이야기가 가득입니다. 때론 그리움이 때론 서러움이 그렇게 바람에 마음을 실어 우리 귓가를 지나갑니다. 바람이 귓가에 우르릉 소리를 낼 땐, 그 바람엔 그리움의 두근거림이 실려있을 겁니다. 바람이 귓가에 촉촉하게 스쳐갈 땐, 그 바람엔 서러움의 눈물이 젖어있을 겁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엔 어떤 바람이 불까요. 오늘 당신의 오후 세시엔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요. 그 어떤 바람이든 시인은 이야기합니다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히 먼 곳에서 바람이 당신께 전해주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