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Apr 06. 2021

바람의 말 - 마종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의 말 - 마종기

=====================



세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부드러운 저녁노을로,
봄날의 꽃들로,
여름날의 비로,
가을의 단풍으로,
한겨울의 흰 눈으로.

바람에도 이야기가 가득입니다.
때론 그리움이
때론 서러움이
그렇게 바람에 마음을 실어 우리 귓가를 지나갑니다.
바람이 귓가에 우르릉 소리를 낼 땐,
그 바람엔 그리움의 두근거림이 실려있을 겁니다.
바람이 귓가에 촉촉하게 스쳐갈 땐,
그 바람엔 서러움의 눈물이 젖어있을 겁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엔 어떤 바람이 불까요.
오늘 당신의 오후 세시엔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요.
그 어떤 바람이든 시인은 이야기합니다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히 먼 곳에서 바람이
당신께 전해주는 말을.'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매거진의 이전글 정호승 - 참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