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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15. 2021

당신의 항해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요즈음 젊은 청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마음속 한 군데에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예전 세대가 살던 시기와는 너무나 다른 요즘의 세상이기에 한편으론 그 불안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종종 삶이 불안한 청춘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곤 했습니다
우리네 인생은 긴 항해와 같다고 말이죠.
태어나서 모두 출발선에 서서 자신의 배를 타고 떠나는 항해와 비유를 해서 말이죠.

그런데 그 항해가 출발선도 다 다르고, 준비한 배도 다 다르더라고요. 어떤 이는 저만치 앞에서 가구, 어떤 이는 부모님이 마련해 준 커다란 쾌속선에 타 있고 말이죠.

절대 인생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내가 선택한 게 아닌데 말이죠.  그저 그렇게 출발하는 겁니다.
그러니 출발선에서 땅! 하고 시작하면 저마다 속도 차이가 나기 마련이겠죠. 그중엔 꼭 빠르게 잘 나가는 배가 있기 마련이고요. 또 그런 배만 유독 눈에 뜨입니다.
저만치 앞에 치고 나가는 배를 보고 허겁지겁 노를 젓다 보면, 몸에 힘만 들어가고, 마음은 급해지고, , 실수도 하게 되고, 나만 늦는 것 같고, 나만 허부적 거리는 것 같고, 나만 헤매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가다 보면 어느새, 출발 때 많이 보이던 배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나 혼자 망망대해에 떠 있습니다.
이제 내가 가는 이 길이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이럴 때 불안해지고, 힘들어지고 지치는 거죠.

그런데 말이죠, 이 모든 불안은 전부 다 ‘어디를 가야 한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들 어디를 가는 거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들 가야 할 곳은 다릅니다. 아까 빨리 가던 그 쾌속선은 자기 갈길 가는 거고, 내가 가는 길은 반대 방향일 수도 있어요.

저는 인생의 항해는 그 누구도 정해진 목적지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들 내가 어디로 항해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모든 사람들이 꼭 가야 할 곳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가고 싶은 겁니다. 그냥 가는 거예요. 삶은 그냥 항해인 거죠.
다만 저기로 가면 좀 편안할 거 같다, 저기로 가면 먹을게 많을 것 같다, 저기로 가면 좀 수월하게 항해할 거 같다,, 이런 거죠.

목적지가 분명히 보이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진 배를 타고, 고쳐가면서, 업그레이드 해 가면서,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 보는 거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리로 가는 거고, 아니면 가다가 여기도 들러보고 저기도 멈춰보는 거죠.

모든 항해에 정답은 없습니다. 인생 항해는 출발과 도착이 정해진 시합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굳이 서두를 거 없는 거고, 잘못 가는 길도 없는 겁니다. 빨리 갈 이유도 없는 거지요. 꼭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것도 아니죠. 그저 정박지로 돌아와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느 누구의 걸음 하나 잘못된 걸음은 없습니다

그리 생각하면, 청춘들이 지금 준비하고는 길이, 생각하는 길이,  항해하는 모든 길이, 하나도 틀린 것 없고, 하나도 늦는 건 없습니다.

다만 그 길을 가면서, 그 항해를 하면서의 나의 마음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쾌속선을 타고 빨리 가더라도 매 순간 조바심에, 울화에, 스트레스 가득한 채 운전하는 것과,
바람도 느끼고, 물고기도 보고, 새도 보면서 천천히 기분 좋은 노를 저으며 가는 항해와 어떤 것이 더 마음이 편할까 생각해보는 거죠.

물론 살다 보면 조바심도 납니다. 욕심도 납니다. 하지만 그게 당연한 우리의 마음입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 들락거리는 게 우리 마음이죠.
그럴 때마다 나의 배만 바라보고, 나의 노만 생각하고, 나의 나침반만 보세요. 그리고 지금 내가 가고 싶은 곳만 생각해보세요.

세상은 안개 가득한 바다입니다.
저마다 자기만의 지도로, 정답 없는 지도로 항해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인생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인생에 필요한 것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곳을 향해 노를 저을 줄 아는, 방향을 잡고 나설 수 있는 지혜와 용기입니다.

노 젓기 좋은 날입니다.
파도를 헤치며 바다를 느끼며 나아가는 청춘들의 멋진 항해를 응원합니다
파이팅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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