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향 충만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연못에 핀 연꽃 한송이가 연못의 악취를 없앤다지요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랍니다. 한 사람의 인간애가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종종 - 사실은 가끔- 뉴스에 나와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드디어 오늘 이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사 준비하는 며칠 동안 여러모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코 시국에 힘들어진 건지, 상대하는 업자분들의 마음이 예전과는 달리 참 빡빡해진 듯합니다. 일보다 돈이 우선이고, 말 바뀜이 순간이고, 품질이 형편없는 몇 번의 일을 경험하고는, 그동안 겪지 못했던 세상의 번잡함에 답답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흙탕물속에서도 연꽃의 향이 피듯, 오늘은 오래간만에 그 빡빡함 속에서도 흐뭇한 사람의 정을 만나보는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선한 미소와 고운 마음을 보여주어 마음을 따듯하게 해 준 부부, 힘든 이삿짐 일을 부지런하게 열심히 별 탈 없이 수행해준 이삿짐 식구들, 걱정해주는 몇몇 지인의 목소리, 그런 따스한 마음이 피곤한 오늘 하루의 마음을 녹여주는 듯합니다.
살다 보면, 어디에든 시궁창은 있고, 어디에든 악취는 나겠지요. 하지만 어느 구석에 작은 연꽃 하나 피어있다면, 어느 바람에 연꽃 향 솔솔 불어준다면, 그 작은 미소에 숨통은 트이는 건가 봅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미소가 누군가에겐 연꽃의 미소였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손길이 누군가에겐 연꽃의 향기였을지도 모릅니다. 내일은 저도 작은 연꽃 향 한 움큼 내 보렵니다. 내일은 저도 세상의 악취 한 줌 지워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