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살림을 차리고 나서부터는 꽤 많은 횟수의 이사를 했습니다. 이제는 그러려니 금방 적응하려니 했는데, 이사라는 절차는 여전히 피곤합니다.
아직도 순간순간 낯선 공간에 발걸음이 휘청입니다. 무심코 내디딘 걸음 뒤엔 머쓱한 헛손질만 남습니다. 아마 또 한참의 시간이 흘러야겠지요.
이사를 하면서 살면서 쌓은 짐들은 반 정도씩 털어냅니다. 그럼에도 짐들은 여전히 쌓이는 게 미스터리 한 우리네 살림이지요. 마음도 그럴 겁니다. 부지런히 털어내고 왔는데, 부지런히 비워내고 왔는데, 그 빈자리엔 어느새 다른 마음들이 잽싸게 들어앉습니다. 물리적인 이사는 끝났지만, 마음의 이사가 남았습니다. 동네 텃세를 부리며 마음이 먼저 출렁입니다. 이제 이 나이엔 그 심란함도 천천히 가라앉겠지요. 이제 이 나이엔 그 어수선함도 천천히 적응되겠지요. 급할 건 없지요. 서두를 건 없지요. 잠시 쉬어가라 하루 종일 비까지 내려줍니다. 짐 정리하느라 뻐근해진 허리를 토닥이며, 빗줄기의 찬 바람을 느껴봅니다. 대충 자리 잡은 작업실의 창문 앞 소나무가 맘에 듭니다. 낮엔 새까지 날아와서 지저귀더군요. 적응 適應 한 글자 그려보니 결국은 마음입니다 결국은 마음 심心이 받쳐줍니다 그렇게 또 하루 적응해보는 오늘입니다 그렇게 나이테 하나 새긴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