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고 나서 조그마한 공간이 생겼습니다. 방이라던가 작업실의 장소가 아니라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비어있는 작은 공간이 생겼습니다. 이사 오기 전, 모든 공간에 차곡차곡 짐이 가득했습니다. 몇 번의 이사 중에 버리고 치우고 정리했음에도, 살다 보니 뭐가 그리 매번 차곡차곡 쌓입니다. 이삿짐을 싸면서, 짐이 치워질 때마다 넓어지는 집을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그 집에도 그런 공간이 있었더군요.
새 집에 이사 와서 또 이리저리 짐을 정리하고 보니 작은 공간이 생겼습니다.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하늘까지 뻥 뚫린 그야말로 빌 空 공간입니다 그 빈 공간에 있으면서, 공간이 주는 충만함을 느껴봅니다.
짐을 비우고 공간을 비우니, 마음 가득 평안함이 채워집니다. 매양 느끼는 진리이지만, 비워지니 채워집니다. 그간 생각하지 못하던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새삼 느낍니다. 어쩌면 내 마음도, 털어내고 비워내고 빈 공간을 만들어주면, 기지개 한번 켜 볼 수 있을지도요.
공간으로 보내는 시선이 편안해지는 저녁입니다. 그 공간으로 보이는 저녁놀이 포근한 저녁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포근한 공간이 자리하길 기원해봅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