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반팔 옷차림이 어색하지 않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반바지도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어제 낮 온도는 벌써 27도까지 올라갔답니다. 오늘은 예보상으론 29도라 하니 도대체 5월의 온도라곤 믿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계절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고 있습니다. 두툼한 외투를 채 정리하기도 전에, 여름옷 서랍을 뒤적거립니다.
여름옷을 꺼내니 옷에서 지난여름이 따라 나옵니다. 그 날의 파도소리가 따라 나오고, 그 날의 뜨거운 햇살이 따라 나오고, 어느 날의 빗줄기 소리가 따라 나오고, 어느 거리 가로등 아래에서 손 흔들던 당신이 따라 나옵니다. 꺼낸 옷들에 한참을 얼굴을 파묻고 그 계절을 기억합니다 그 시간을 기억합니다
이 여름, 이 옷들은 또 어떤 마음을 간직할까요 이 옷들엔 또 어떤 그리움이 스며들까요 이 옷들에 당신의 미소도 배어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