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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03. 2021

비와 우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아침에 나무에 물을 주면서 하늘이 흐리다 싶었습니다. 비 소식이 있긴 하지만 정말 오려나 했는데, 정말 비가 내립니다.

올해는 유난히 비 소식이 많습니다. 지난달도 꽤 자주 비가 내린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번 달도 여전하려나 봅니다.

이사를 와서 정리하느라 힘들지만 그 와중에 화단 만드는 일은 힘든 만큼 보람을 줍니다.

가꿔 놓고 나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부지런히 물을 줘야 하는 화단 일이다 보니, 비 소식은 일손을 덜어주는 반가운 소식이긴 합니다.


요즘은 일기예보가 어느 정도 잘 맞는 듯싶지만, 우산 없이 일을 보러 나갔다가 소나기라도 만나게 되면 참 낭패입니다. 직장을 다닐 땐 그래서 사무실과 차에 여분의 우산을 항상 두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난감한 순간에 내가 쓰거나 또는 우산 없는 다른 이에게 요긴하게 쓰이곤 했지요.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다른 이에게 우산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해 정작 다른 날 소나기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워주고

바람 불 때 바람도 막아줬지만

정작 비가 오는 날에 내겐 우산이 없습니다.

비 오면 쓰라고 우산은 그댈 주었는데

비가 옵니다.

떠난 우산은 올 턱이 없고

터덜터덜 비에 젖으며

속절없이 비를 맞으며

그랬던 젊은 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땐 그랬지요

그땐 풋풋했지요.

지금은 턱도 없습니다

지금은 어림도 없습니다.

올 땐 내 우산 꼭 챙겨야지요.

나무를 적시는 빗방울을 보며 어린 한 순간 문득 떠오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비에 젖지 않는 뽀송한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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