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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04. 2021

사귐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관계 -

인생은 작은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가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다만 인생이라는 강은 단번에 건너뛸 수 없다. 사귐도 그렇다. 크고 작은 돌을 내려놓고 그것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삶과 사람 사이에 디딜 곳이 없다고 조급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인생과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이기주 앤솔로지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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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개인 하늘이 맑습니다.

부는 바람이 상쾌합니다.

대나무 가지 사이로 기분 좋은 햇살이 만들어 준 나무 그늘 아래 뒹굴거리는 고양이의 가르릉 소리가 평화롭습니다.


책장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 펴 든 곳에 '관계'에 대한 글이 눈에 들어와 한 획 그려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사귐은, 크고 작은 돌을 내려놓고, 그것을 밟아가며 서로에게 차근차근 다가가는 것이라 합니다.


그러게요. 세상을 살다 보면 속 끓이는 많은 사연 중 하나가 관계입니다.

부부 사이의 관계가, 연인 사이의 관계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매번 내 맘 같지는 않습니다. 골치 아프고 속 썩는 일도 많지요.


어쩌면 그 모든 가슴 아픔은 우리가 수많은 관계 안에서 '사귐'의 과정을 간과해서 일지도 모릅니다.

사귐의 과정은, 다만 새로 시작하는 친구나 연인뿐 아니라, 부부나 식구들,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이들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이지요. 사귐의 깊이와 종류만 다를 뿐이지 사귀어가는 과정은 다 똑같을 겁니다.


서로 하나씩 돌을 내려놓고, 그것을 밟고 다가가고, 그것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과정입니다.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돌을 우르르 쏟아 내려서는 관계가 쌓아지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면서, 나를 보고,  그를 봅니다,

그리고 쌓아가는 돌의 모양을 서로 바라봅니다. 그렇게 서로가 공들인 시간과 공간의 조화 속에서 둘 간의 '사귐'이라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그렇게 공들여 쌓은 돌들은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내고 말이지요.


오늘, 이 맑은 날, 우리는 어딘가에 또 하나의 작은 돌을 내려놓을 겁니다.

이미 있던 무더기에 하나 더 보태기도 하고, 또는 새로운 시선에 돌 하나 얹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디 오늘 내가 내려놓는 이 돌 하나가, 단단한 시간으로 채워진 귀한 관계를 이어주는 소중한 돌 하나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아름다운 사귐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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