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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09. 2021

단테의 신곡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우리 인생길의 한 중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아, 얼마나 거칠고 황량하고 험한 숲이었는지 말하기 힘든 일이니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되살아난다.


- 단테의 신곡 지옥편 중에서


살면서 읽는 책이 모든 게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책은 펼쳐든지 몇 시간 만에 다 읽어버리는 책도 있습니다.

어떤 책은 두 페이지 정도 읽고 몇 년을 넘긴 책도 있습니다.

어떤 책은 몇 년을 두고 읽고 또 읽고 하는 책도 있습니다.


제겐 단테의 신곡도 참 읽기 힘든 책중 하나입니다.

꼭 한번 완독 하고 싶었습니다만, 아직도 다 읽지 못했습니다.

학창 시절, 그저 '단테의 신곡'이라는 제목으로만 익숙했습니다. 단테라는 가수가 신곡을 낸 건지 어떤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청춘을 보내고 나선, 어느 날 문득 이 책이 궁금해졌습니다. 한번 제대로 읽어보자 하여 책방에 가보니 책이 제법 두껍습니다. 살짝 망설였지만 뭐 이 정도 책 한 권 소화 못하겠냐 하는 자만심이 승리하여 무모하게 책을 사 왔습니다.

그게 2007년입니다.

15년을 내 서재 책장 가운데에 버티고 있습니다. 몇 번을 꺼내 읽으며 완독을 시도했다가 그때마다 책을 베고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무리하게 완독을 할게 아니라 천천히 여행하듯 읽어보자 생각했습니다.  게으른 나 자신을 위한 적절한 타협이지요.

단테도 이 책을 1304년부터 1320년까지 16년에 걸쳐 썼다 하니, 그 귀한 책을 단숨에 읽어버리는 건 단테에 대한 예의가 아닐 거라는 궤변도 혼자 세워봅니다.


그 무거운 책 신곡의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그 시작은 지옥편부터입니다

인생의 짙고 어두운 숲길에서 인간을 죄의 길로 이끄는 탐욕과 오만과 음란을 마주한 인간들의 삶이 이야기됩니다.


지옥을 지나 연옥을 거쳐, 언제 천국편을 읽으며 베아트리체를 마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고난의 끝에는 고운 미소를 가진 베아트리체가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보며, 나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단테를 기다리는 것이지만, 그 곁에 나의 베아트리체도 있을까 하는 망상도 곁들이다 보니 또 졸립니다.

책이 베개로 적당합니다

잠시 낮잠 좀 자고 오겠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즐거운 독서생활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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