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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10. 2021

진상과 진상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진상이라는 단어는 한자에 따라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그중에 옛날부터 임금님께 올리는 귀한 물건을 뜻하는 진상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아이러니 하게도 같은 한자어의 뜻에 '겉보기에도 허름하고 질이 나쁜 물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같이 쓰입니다. 요즘 우리가 진상손님, 진상 고객 할때 쓰는 바로 그 진상입니다.


임금님을 위해 준비하는 가장 귀한 물건인 진상과, 사회에서 가장 쓸모없는 진상이라는 단어가 어찌 같은 글자로 표현이 되게 되었을까요.


오늘 카페에서 목격한 일입니다.

카페 주차장으로 외제차가 두어대가 들어옵니다. 멀끔한 차림의 손님 세명이 들어옵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세잔을 시킵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커피가 진하다며 컵을 달라하더니 갑자기 두 명을 더 부르더니 테이블을 두개 나눠서 점령하고는 수다를 떱니다. 다섯명이 와서 커피 세잔을 나눠 마십니다. 한참을 어수선하게 떠들더니 사라집니다. 역시나 다들 외제차를 타고 떠납니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진상'이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임금님을 위한 귀한 물건의 뜻일지, 가장 쓸모없는 물건의 뜻이었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어쩌면 몰라서 그랬겠지요. 열심히 일을 하느라 사회의 통상적인 예의를 배울 시간이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사람들을 많이 접하면서 비상식적인 사람들을 볼 기회도 많아집니다. 그럴 때마다 속이 상합니다.


세상을 보는 기준치를 낮추랍니다. 그러면 비정상적인 사람을 보아도 그러려니 할 수 있고, 정상적인 사람을 만나면 훨씬 더 반가워진다 합니다.

이 아이러니가 더 가슴 아픕니다.

세상에 공정과 정의가 행하는 이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짐이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의 청춘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고 풀어보는 서로의 보따리가 모두 귀하고 훌륭한 진상품이길 기대하면서,

또한 모두가 그런 진상품으로 가꾸어지길 기원하면서 오늘의 진상을 잊어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마음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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