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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17. 2021

통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어제 낮에 수술을 마쳤습니다.

수술하고 나서보다 수술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마음이 더 심란했습니다.

수술을 하고 병실로 들어오는 다른 환자를 보면서 수술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 초조합니다.

호명되어 수술실로 실려가는 동안의 긴장감,

낯선 분위기의 수술실에 누워있는 시간의 어수선한 분위기,

홑껍데기 환자복 사이로 저미게 스며들어 더 떨리게 하는 에어컨 바람,

덜그럭거리는 수술 도구의 마찰음,

몸을 천천히 압도해가는 마취제 앞에서의 무력감.

그 모든 시간을 지나고 수술은 끝났습니다.


마취가 덜 풀려 마치 냉동새우가 된듯한 느낌으로 병실로 돌아와 마취가 풀리기를 기다립니다.

이 정도면 견딜만하군 하고 방심할 때쯤 마취가 풀리고 이제 본격적인 통증이 몰려옵니다.


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며 통증을 견뎌봅니다

가만 보니 다양한 통증이 다녀갑니다.

칼로 에인듯한 날카로운 아픔도 있고,

깊고 묵직한 통증도 있고,

콕콕 찌르는 아픔도 있습니다.

자세를 어찌해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나마 견딜만한 통증이 나는 곳을 선택해 자세를 잡지만, 그도 잠깐입니다.

밤새 통증에 뒤척이니 아침도 몽롱합니다

유난히 일찍 시작하는 병원의 아침이기에 멍한 정신으로 따라 움직입니다.

진통제 덕분인지 통증은 조금씩 줄어갑니다

이런 추세로 모든 통증이 어들고 아물길 기대해봅니다


몸의 아픔은 이렇게 수술하고 약 먹고 나아집니다만, 마음의 아픔은 쉽게 치료되지 못하지요. 어쩌면 살면서 마음이야말로 숱하게 치이고 다치고 베이고 멍들고 있을 텐데 말이죠.

마음은 그저 그렇게 상처를 딱지로 남기며 그렇게 스스로 아물어가고 있을 겁니다.


보이는 몸과 보이지 않는 마음이 모두들 평안하면 좋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병상일기가 되어버렸네요.

어서 퇴원하여 다시 일상의 시를 붓끝에 묻혀야겠습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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