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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18. 2021

가로수 - 김정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발을 못 쓰다 보니 병실에 거의 종일 누워있습니다. 허리가 아플 땐 잠시 앉아있기도 하지만 어딜 움직이는 일은 아직 엄두도 못 냅니다. 입원한 참에 도전하자며 일전에 포스트 올린 십여 년을 다 읽지 못한 책  '단테의 신곡'을 가져왔는데, 역시 딱 좋습니다. 누운 침대와 단테의 신곡은 숙면을 불러오는데 최고의 조합입니다. 불면증 있으신 분께 강추입니다.

누워있는 몸이 답답해져 이런저런 시를 찾아보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시를 발견했습니다. 한 줄짜리 짧은 시입니다.


아파도 눕지 못하는 삶이 있다

가로수 - 김정수


그러게요, 가로수는 아파도 눕지 못합니다.

누울 수 있다는 건 호사입니다. 절묘한 인용과 삶의 비유가 재치 있어 한 글자 그려봅니다.


가로수만 그럴까요.

우리네 삶에도,

우리 부모님의 삶에도,

어느 외로운 삶에도 그럴 일이 있을 겁니다.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고, 아파도 누울 수 없는 삶이 있습니다.

아파도 아파할 수 없는 삶도 있습니다.


때론 이만큼도 감사한 일입니다

때론 이만큼도 다행인 일입니다.

멈추고, 늦추고, 돌아보는 시간을 알려주신 귀한 교훈을 생각합니다.

아파도 누울 수 없는 삶을 기억하며,

오늘의 작은 행복을 찾아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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