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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30. 2021

일 년의 반 유월말에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달력을 보니 오늘이 유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이쿠, 벌써 반이나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이제 겨우 몇 가지 해냈을 뿐인데,

올해는 벌써 반이 지나갔습니다.

얼핏 보면 한 것 없이 세월만 보낸 것 같지만, 가만히 돌아보니 이런저런 일은 많았습니다.

이사도 하고, 식구들이 작은 카페도 차리고,

까불지 말고 쉬어가라고 발목도 다쳐 입원하고 수술도 해보고 말이죠.

그렇게 올해의 반이 지났습니다

이제 올해의 반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9월쯤이면 또 그 반이 남을 테니까요.

그리고 11월쯤엔 또 그 반, 12월에도 반, 12월 마지막 날에는 그 하루의 반, 그렇게 가다 보면 다시 채워지는 새해가 오고 말이죠.


'반밖에 안 남았나''반이나 남았나'의 단어 차이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던 이야기도 이젠 너무 흔해 교과서 속 이야기처럼 감흥이  무뎌지는 것처럼, 이젠 일 년의 반이라는 시점도 이렇게 무심해지는가 봅니다.


어쩌면 인생의 시간 속에서는 '반'이라는 건 없을 겁니다.

그 어느 누구도,

'난 오늘까지 딱 내 인생의 반을 살았어!'

'이제 내 인생은 반이 남았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끝을 모르기에 반은 존재할 수 없죠.

그러기에 인생은 매 순간이 온전히 그 전부입니다.

6월 30일의 오늘도 내 인생의 전부이고,

12월 말일의 그날도 내 인생의 전부입니다.

오전 10시 반도 내 인생의 전부의 순간이고,

나른한 오후 세시도 그렇습니다.

반 밖에 남지 않은 이 달력도,

지금 이 순간 내 전부입니다.

넘겨버린 달력과 보내버린 반의 세월을 아쉬워할게 아니라, 온전히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보아야겠습니다.

온전한 이 순간을 살아야겠습니다.


오늘을 보내고 비워지는 여러분의 그 모든 순간이 사랑과 평화와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길 소망해 봅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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