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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29. 2021

공백이 필요한 곳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회사생활을 할 때보다는 일이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작은 다이리를 구하여 매일 할 일과 크고 작은 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분주하게 이런저런 일정이 많을 때도 있고, 해야 할 일들 리스트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수첩에 긴 공백이 생겼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딱히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죠.

처음엔 아무것도 못하는 시간들에 한편으론 조바심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 공백이 주는 여유가 느껴집니다.


어차피 치유의 시간은 내가 서두른다고 빨리 오는 게 아니더군요. 시간이라는 정확한 치료제가 정량으로 투입이 되어야 몸이든 마음이든 치유가 되더군요.


그 공백의 시간에 조급하던 발길을 멈춥니다.

그 공백의 시간에 분주하던 마음을 쉽니다.

그러다 보니 발 끝이 편안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여유로워 집니다.

그렇게 가끔은 멈춰야 하나 봅니다

그렇게 가끔은 비워야 하나 봅니다

먹을 잔뜩 묻혀 큰 화선지 빽빽하게 쓰던 붓질도

때론 그렇게 비워 놔야 하는가 봅니다.


멈추니 꽃이 보입니다

멈추니 하늘이 보입니다

멈추니 바람이 느껴집니다

비우니 가슴이 가벼워집니다

비우니 채울 공간이 생겨납니다

비우니 손끝이 가볍습니다.


잠시 멈추고

달리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잠시 멈추고

촉박한 시계를 들여다봅니다

시간에 공백을 가져야 할까 봅니다.

마음에 공백을 가져야 할까 봅니다.

공백 안에,

그 빈자리에,

나를 둘 곳이 많집니다

나를 세울 곳이 넓어집니다


오늘은 그렇게

내 주변의 공백을 늘려보면 어떨지요.

시간이든, 사람이든, 마음이든 말이죠.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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